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 독려 나섰지만 1/3수준에 그쳐 대구경북 유행 당시 수당 미지급 악영향 "숫자는 상징적일 뿐"
'2주 안에 5000명 모집이 1차 목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대회원 서신문,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을 독려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에 놓이자 방역 현장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사전에 확보해 놓기 위함이다.
실제 2주를 훌쩍 넘어 3주째인 8일 현재,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자 수는 의협의 1차 목표에는 한참 못 미쳤다. 코로나19 현장에 뛰어들겠다고 의사를 표시하며 온라인 지원서를 난 의사는 518명에 그쳤다. 전국 시도의사회를 통해 들어온 신청을 더한다고 해도 1000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이 미흡한 이유는?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은 코로나19나 신종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운영하는 조직이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뤄졌던 의협 집행부 워크숍에서 등장했다. 보건의료인력이 필요한 재난이 생겼을 때 의사를 긴급 투입하기 위한 상시 조직을 만들기로 7월 상임이사회 의결이 이뤄져 사업 추진을 확정지었다. 일종의 사회공헌사업 개념인 것.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지원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8일 현재 온라인을 통해 총 518명이 지원했고 이 중 50대가 182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 이상 122명, 30대 101명, 40대 94명 순이었다. 오히려 젊은의사의 지원이 미흡한 것.
전문과목별로 봤을 때 일반의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와 가정의학과가 각각 59명, 56명으로 뒤를 이었다.
실제 충청남도, 서울시청, 경기도청 등에서 의협으로 의사 인력 지원 요청을 한 상황이다.
단순히 지원자 숫자만 놓고 보면 의협이 초기에 제시한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 대폭발 당시 경험이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서울 A내과 원장은 "당시 대구경북으로 파견 나갔던 의료진이 수당을 제때 받지 못해 논란이 있었다"라며 "그러다가 공공의대 신설, 의사인력 증원 등의 악법이 등장하고 의료계는 파업을 했다. 위기상황인 것은 충분히 알지만 의협이 굳이 정부를 위해 나설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동료들 사이에서는 자발적 노예라는 비관까지 나오고 있다"라며 "의료진 덕분에 캠페인까지 벌이던 정부에 실망이 크다. 굳이 먼저 나서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도 "지난 8월 이후 의정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의사 국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현 의료계 상황에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어 참여가 저조한 것 같다"라며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공감대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5000명'이라는 숫자 제시가 오히려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도 있었다. 단 한 명이 지원하더라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위기 상황 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미리 확보해놓는다는 차원의 발상은 충분히 공감한다"라며 "자원봉사 뜻을 표시하는 의료진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 상황에서 5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이를 퇴색시키고 있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공중보건의료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홍준 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5000명'이라는 숫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조직 구성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 "공중보건의료지원단 활동은 코로나19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라며 "공중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는 의사를 사전에 확보하고 관련 교육 등을 주관하는 상시 조직 개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숫자는 상징적인 것일 뿐 조직의 목표를 봐야 한다"라며 "사회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의사의 사명이다. 보건의료 재난을 의료인이 주도가 돼 막겠다는 본래의 뜻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앞으로의 방향은?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투입할 의사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만큼 산하에 '재난의료지원팀'을 만들어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있다. 젊은의사 및 지역 의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보의협의회를 비롯해 시도의사회 등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운영을 위한 예산도 의협 예비비를 활용해 3000만원을 투입한다.
경상북도의사회 장유석 회장은 의사 인력 사전 확보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사실 봉사 활동에 나설 의사 인력 사전 확보는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진행해도 되는 문제"라며 "경북의사회도 코로나19 환자 폭증 당시 자원봉사자 리스트를 그대로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나서서 자원봉사에 나선 의사들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진행해야 한다"라며 "특정 진료과 의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의사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다. 언제든지 실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공중보건의료지원단도 재난발생 지역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전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 상황.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진행했던 자료를 참고자료로 해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사업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중증치료시설 파견 회원을 위한 교육자료는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전문가 추천을 받아 준비하기로 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대구에서 첫 번째 유행이 있을 때 가장 역할을 많이 한 공보의가 당시 경험을 지침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라며 "당장 코로나19가 위급한 상황이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콘텐츠 구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집 회장도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통해 자원봉사에 나서는 의사들에 대해 정부도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 밖에 법적 보호, 교육과 연수평점 연계 등에 대한 부분을 협회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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