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에 들어가면서 임상 환경에서 기록한 예방률(유효성)이 실제 구현되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 대상자들 선정 및 투약 환경이 엄격히 통제되는 임상시험 결과는 다양한 인종 및 병력, 소득수준, 주거환경 등 개인차를 반영하는 리얼월드데이터 대비 더 나은 효과를 기록한다.
반대로 임상을 통해 효과를 증명한 약제가 허가 이후 무용성 논란에 시달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예방률과 관련해 개인별 편차를 반영한 결과로 보기 힘든 차이가 벌어졌다는 점. 중국 시노백사 백신의 경우 약 100% 예방률을 나타낸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서는 그 절반인 50%에 그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 형성 및 사망률에 직접 연관되는 예방률은 백신 수급 계약 우선순위 등 방역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효능에 편차를 보인 코로나19 백신을 기준으로 예방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및 원인, 저조한 효능 백신에 대한 규제 기관의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 짚었다.
▲50% VS 100% 시노백 백신의 두 얼굴
논란은 중국 시노백(Sinovac)사가 개발한 백신이 도화선이 됐다. 시노백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약화시키거나 죽은 상태로 소량 포함한 불활성화 방식. 중국은 작년 7월 시노백 백신을 긴급승인했다.
이달 3일 시노백의 현지 파트너사인 부탄탄연구소는 "브라질에서 시행 중인 3상 임상에서 예방률 78%의 효능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코로나19 백신 예방률 권고 기준은 50% 선. 예방률 78%는 안전하게 허가를 획득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브라질 방역당국은 "시노백 백신이 코로나19에 맞서 브라질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높은 수준의 효율성과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14일에 나온 추가 데이터는 효능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추가 데이터는 앞서 발표한 78%에 훨씬 못 미치는 약 50%에 그쳤다. 불과 일주일만에 같은 나라에서 수치가 다른 데이터를 내놓은 것.
예방률은 백신과 위약을 1 대 1로 나눠 투약한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비율을 살피는 방식으로 집계했다. 경증 감염자는 백신 투약군에서 85건, 위약에서 167건이 발생했다. 중등도 감염자는 백신 투약군이 7건, 위약군이 31건, 중증 감염자는 백신 투약군이 0건, 위약군이 7건이었다.
이를 상대위험도(RR)로 계산하면 시노백 백신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에선 50%의 예방 효과가, 중등도에선 78%, 중증에선 100%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소 역시 편차의 원인으로 중증도를 꼽았다. 연구소는 효과 저하의 원인으로 '매우 약한' 감염 그룹을 예방률에 합계해 전체 수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엇갈린 결과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임상 3상 중간 데이터 분석에서는 65.3%의 효과가 있었지만 터키는 91.25%의 효과를 보고했다.
이와 관련 시노백 인웨이동(Yin Weidong) 최고경영자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중증에서 예방률이 100%에 달한다고 반박했지만 국가별 편차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비용-효과성 논쟁…'반쪽 백신' 접종 실익있나?
브라질 사례를 그대로 수용하면 시노백 백신의 경우 중증도 이상에서 예방에 효과가 좋을 뿐 경미한 코로나19 감염은 막을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50%에 불과한 예방률은 비용-효과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값이면 더 예방률이 높은 백신을 맞는 것이 방역 관점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체결된 시노백 백신 공급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작년 하반기 시노백 백신의 가격이 60~70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여타 백신들이 몸값을 낮추면서 실제 가격은 대략 13~17달러(필리핀 기준)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1도즈 당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4달러선, 모더나는 32~37달러, 화이자는 10.5달러, 러시아의 스푸트닉V는 10달러로 책정돼 있다. 3상 임상 결과로만 보면 모더나 백신 예방률은 94.5%, 화이자는 95%, 아스트라제네카는 평균 70%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예방률이 50~100%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흔한 사례는 아니"라면서 "50% 이상이면 백신으로서 효과는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과연 여타 백신과 비교했을 때 효율적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예방률 50%, 접종 가격을 17달러로 가정하면 화이자 백신은 95% 예방률에 가격은 20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노백 백신 물량 확보 및 접종은 실익은 커녕 예산 낭비에 가깝다"며 "문제는 다른 백신들도 임상에서 나타난 예방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냐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노백이 도화선이 됐지만 코로나19 백신 대다수가 개발 및 생산, 허가까지 1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현재 시점에서 효용을 논하기는 성급하다는 것. 리얼월드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예방률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보다 많은 인원에 접종한 후 효용성을 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들쭉날쭉 불확실한 데이터…다른 백신은 안전할까?
실제로 이와 유사한 '예방률 널뛰기' 현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도 관찰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백신 2/3상 결과는 작년 11월에 발표됐다. 임상 디자인은 18세 이상 성인 1만 여명 등록자를 대상으로 1개월 간격으로 백신 2회 접종 후 2주 뒤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살폈다.
결과를 보면 중간 도즈를 맞은 2741명에서 90%, 풀 도즈를 맞은 8895명에서 62%의 예방 효과가 관찰됐다.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131명 발생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연구를 합쳐 1만 1636명을 대상으로 효능이 70%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62~90%의 평균일뿐 실제 예방률이라고 보긴 어렵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백신의 예방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 많다"며 "인종간에 따른 차이, 백신이 작용하는 지점(site)에서의 차이는 물론 임상 설계가 똑같아도 등록하는 환자의 편차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하고 샘플링, 분석하는 검사자의 역량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지금 나타난 예방률 논란은 코로나19 백신의 태생적인 문제일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인 대유행의 시급성을 감안해서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한 백신 개발이 1년 안에 완성됐기 때문에 정밀한 임상, 검증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상에서 드러난 예방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예방률이 중요한데 이는 시간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노백 백신만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백신들이 대규모 대상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의 안전성/효능 평가를 받지 않은 만큼 유사한 유효성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시간의 검증을 통해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축적한 이후에야 백신의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현재 WHO는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을 5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만일 긴급사용 승인이나 조건부 허가로 승인된 백신이 향후 평가에서 50% 언저리의 예방률을 기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까지는 당시 기준으로 작성된 평가 기준 자료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제출한 자료가 임상 설계 및 예방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타당하면 이를 기준으로 허가를 내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제 리얼월드데이터는 임상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약제, 백신도 허가 이후 재평가를 거치게 된다"며 "실제 여러 평가에서 기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WHO 기준을 받아들여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을 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는 최소 기준에 불과하다. WHO가 제시하는 코로나19 백신 프로파일을 보면 바람직한 기준으로는 70%를 제시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160여개에 달하지만 상용화에 근접한 것은 20여개로 추려진다. 이들 백신들은 상용화 이후 최소 2~3년간의 데이터 축적이 있어야만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WHO는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전파가 지속된다면 백신 유효성에 대한 더 높은 확실성을 도출하기 위해 평가 변수를 축척하는 임상시험은 지속돼야 한다고 제시한다"며 "이 역시 백신은 임상 3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찰, 평가돼야 하는 대상임을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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