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특히 다른 의약단체장들과 같이 접종하는 자리에서 유일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보건의료 의약단체장들은 2일 권덕철 복지부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후 마포구 보건소로 자리를 옮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대한병원협회장·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등 5개 주요 보건의료단체, 부단체장 등이 함께 했다.
의료단체장들이 한데 모여 단체 접종을 하는 의미는 백신 불안에 대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하루빨리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그런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같이 동참하기를 기대했지만 의협 회장만 돌연 거부하면서 복지부도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접종 거부 사유는 백신 관리 지침 부재, 접종 의료인 처우 개선 대책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동참할 수는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해는 되지만 의료단체장들간 접종자리에서 의사단체의 관리나 처우를 꼭 주장했어야 했냐는 반응이다.
최 회장이 언급한 백신관리지침의 부재도 사실과 다르다. 의협회장이 원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침은 있다.
식약처와 질본청은 지난해 7월, 백신의 보관·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의료기관들이 지켜야할 백신보관관리 등 주의 사항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게다가 세부학회들이 동반질환자에 대한 관리지침을 마련해 놓아서 현 상황에서 추가로 지침을 더 만들 이유는 없다.
또다른 거부사유는 의료인 처우개선이다. 아마 이 내용이 접종 거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인 측면에서 따져보자.
백신을 접종하면 일부는 면역반응으로 인해 매우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이 경우 휴식이 필요한데 의사들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우개선 제도화를 요청한 것이다. 바른 말을 했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 의사들의 건강은 환자의 건강 관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현시점에서 의료기관 내부적으로 조율해서 현명하게 풀어야 할 문제다. 모든 접종자가 휴유증을 겪는 것도 아니고, 또 증상도 편차가 심해서 그 기준을 만들기도 어렵다. 진료일정 등 병원마다 상황도 다르다. 만든다고 하더라도 논의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의료진들의 휴무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니 가급적 휴무 전날인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또 접종 다음날을 휴가를 권고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렵게 모인 의료단체장 코로나 접종자리에서 거부 사유로 들었다는 것은 자칫 투정처럼 보인다. 그러한 논리도 따지면 의사 만큼 고생하고 있는 간호사와 지원인력의 처우 개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자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의료계 분열만이 남을 뿐이다.
새삼 이번 최대집 회장의 행보를 얼마나 많은 의사회원들이 이해해줄지도 궁금해진다. 거부 행보가 의협회원들의 전체 생각일지도 의문이다. 현재 개원가에서는 일반인 백신 접종 준비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 있는 수장이 앞장서서 백신을 권장해도 모자를 판에 거부를 했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기자가 만난 많은 의사와 단체 수장들은 이번 최 회장의 행보를 오판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대화의 기술과 톤앤매너의 문제라고 귀결짓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순조롭게 접종에 동참하면서 의료인 처우 개선 문제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면 어땠을까. 또 본인이 접종한 경험을 토대로 "맞아보니 생각보다 휴유증이 크다"라고 말하던지 아니면 "탄력적인 휴가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제안을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임기를 한달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유종의 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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