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의무화가 의원급까지 확대된 가운데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비용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행정비용 지원 자체가 확정된 게 아닌 데다 비급여 보고 방식을 현재보다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일선 의료기관은 냉담한 반응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의 비급여 보고 체계와 보고에 따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2월 기준 비급여 보고 대상 기관은 병원급 4102곳, 의원급 6만6012곳이다. 의료기관이 보고해야 할 항목은 616개에 달한다.
문제는 단순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해당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만 입력하는 데서 비급여 보고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일환으로 의료기관의 비급여 보고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한 비급여 보고 체계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급여를 청구할 때 비급여 진료내역도 동시에 청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 하나는 비급여 영수증과 진료비 상세내역을 1년에 두 번 또는 분기마다 보고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만 재정적 지원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재정 지원 방안도 ▲자료 제출에 대한 실비 보상 ▲질향상 부담금 평가 기준 포함 ▲수가 계약 과정에서 협상 조건 추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실비는 급여와 비급여를 함께 청구하면 건당 50원이나 100원씩 지급하는 방법과 영수증 및 세부내역을 제출한 의료기관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법을 내놨다. 상급종합병원은 250만원, 종합병원 150만원, 병원 50만원, 의원 30만원 수준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한 98개 의료기관에 적용했을 때 급여와 비급여 동시 청구가 가능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보고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에 있을 뿐 결정된 건 아직 없다. 행정비용 지원 문제도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근책에도 의료계가 손사래 치는 이유는?
재정적 지원이라는 당근책도 있지만 비급여 보고 당사자인 의료기관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두 가지 방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임원은 "재정 지원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진료내역을 내고 50원, 100원 받느니 안 받는 게 낫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수가가 원가에 미달해 비급여 영역을 남겨뒀다"라며 "비급여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통제하려면 원가 보전 방안 등 저수가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 연구 등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비급여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의료법에서 요구하는 이상의 자료를 정부가 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 입법 취지는 일부 병원에서 비급여를 강요하는 현실,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비급여 정보 취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굳이 전체 비급여를 정부 기관이 파악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적으로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도 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급여, 비급여 내역을 동시에 상세 보고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크다"라며 "정부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비급여와 결합된 상병, 주시술까지는 보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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