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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경험평가' 방향성 찾자…정부-의사-소비자 3자대면

박양명
발행날짜: 2021-04-26 05:45:57

[특별좌담회]심평원 "친절 강요하는 평가 아니다" 거듭 강조
박진식 이사장 "거부감 이유는 줄세우기식 평가 공개 방식"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가 직접 병원의 시설부터 의료진의 서비스까지 평가하는 환자경험평가.

의료계는 의료기관 서열화를 조장하고 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전화조사를 다음 달 중순부터 강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환자경험 평가 대상은 기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전체 종합병원으로 확대됐다.

의료 공급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환자중심'에서 바라보려는 취지로 도입된 평가에 대해 의료계가 부정적인 시선을 쏟아내는 이유가 뭘까.

메디칼타임즈는 심평원, 소비자, 병원장 등 환자경험평가 주요 당사자와 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환자경험평가의 이해당사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계, 소비자단체와 특별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의 우려점을 짚어보고 제도 개선 방향까지 함께 고민해 봤다. 간담회에는 심평원 조미현 평가실장,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부위원장(세종병원그룹 이사장),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환자경험 평가를 직접 하는 소비자와 평가를 당하는 의료계는 모두 '환자 중심성' 측면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생각할 때라는 데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환자중심 의료를 위해서는 병원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소비자 단체도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변할 수 있는 환경 변화가 우선이라는 전제를 제시했다.

환자경험 평가는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된다.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입장에서 환자경험 평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정지연 사무총장: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공급자 중심이다. 환자경험평가는 의료환경 패러다임을 환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평가가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의료 서비스가 환자 친화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진식 부위원장: WHO는 의료의 질을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효율성, 형평성, 안전성, 평등성 등 6가지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환자중심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게 사실이다. 환자중심성이 잘 확보된 의료기관에서 치료 결과 등 의료의 질이 좋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2차 평가를 받으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환자경험평가 결과 공개 후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당선인은 올해 1월 평가가 환자-의사 신뢰를 훼손한다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의료계가 평가에 대해 이토록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박진식 부위원장: 평가에 대한 의미가 의료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경험평가가 단순히 '친절'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은 친절하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건강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친절'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데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환자경험평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평가를 겪다 보니 어떤 식으로 평가를 공유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를 느낀다. 의료기관은 개선을 위해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 수고에 대한 보상책에 대한 언급 없이 평가가 시작됐다.

의료기관이 특히 거부감이 있는 부분은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원점수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니 언론 등 외부에서는 순위를 매긴다. 등수에는 누구나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평가를 통해 하위 그룹에 있는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등수를 매기게 되면 이들의 개선 의지가 꺾일 것이다.

평가는 전화로 이뤄진다. 환자의 입원 경험에 대해 24가지 질문을 한다. 환자 입장에서 병원 서비스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뭘까.

정지연 사무총장: 2017년 처음 도입된 후 의사와 간호사,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등을 평가항목으로 하고 있다. 질문들이 단편적이라서 환자가 경험한 것들을 충분히 반영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쌓여가면서 발전할 것이다.

앞선 1, 2차 평가 결과를 보면 의사의 친절도, 서비스 부분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환자들이 병원을 경험하면서 의사에게 묻고, 답을 듣고 싶은 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2차 평가 결과에서 의사 영역 중 의사와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와 회진시간 관련 정보제공 부분의 점수가 낮은 편이었다. 의사의 입장에서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종병원그룹 박진식 이사장
박진식 부위원장: 환자경험평가 목적은 환자중심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환자중심성은 환자의 주관적 판단, 자율적 의지, 신념 등이 치료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잘 반영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가 제공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심한 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더 피동적으로 변해있기도 하다.

"우리가 노예냐"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는 의료진도 있다. 그렇게 볼 게 아니다. 제공자가 주도하는 의료라는 입장을 버리고 환자경험평가의 근본적 의미를 이해한다면 변화가 가능하다. 의료기관은 의료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환자경험평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해주는 게 필요하다.

환자경험평가는 궁극적으로 병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환자중심 의료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병원의 변화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환자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박진식 부위원장: 환자도 제공자 중심 의료에 익숙해져 있다. 외국 환자를 진료해보면 이들은 본인이 무슨 병으로 언제 진단을 받았고, 어떤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는 어땠고, 약은 어떻게 먹는지를 다 알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와 치료 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환자에게 지금 먹는 약이 뭐냐고 물으면 70%는 진단명도 모른 채 병원을 온다. 90%는 본인이 무슨 약을 먹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주도권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제공자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환자도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관심을 가져야 환자중심의료가 최종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적어도 무슨 약을 먹는지, 왜 먹는지는 알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심평원 조미현 평가실장
정지연 사무총장: 환자도 관심을 갖고 싶지만 환경이 아직 부족하다. 내가 먹는 약, 함께 복용하는 약을 알려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경험평가가 그 시작 단계이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19 현실에서 환자경험평가 가능할까?

코로나19 대유행이 현재진행형이다. 평가를 받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큰 부담 요소다. 평가에 집중할 수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박진식 부위원장: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인 재난에 대해 의료기관은 자원을 일부 희생해 120%의 노력을 하고 있다. 각 병원들이 코로나19에 얼마나 투입하고 있는지 고려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를 위해서 많은 자원을 배정한 병원은 환자경험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면 확진자의 만족도는 올라갈지 몰라도, 일반 환자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보고 있는 병원 군을 나눠서 평가하거나 올해는 미루고 다음번에 하는 게 좋다.

자칫 평가 결과가 잘못 나오면 "평가를 해서 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나쁜 병원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할 필요가 있나" 하는 나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전화 조사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환자에게 어떻게 물어볼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 조사를 한 후 분석하려면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했기에 정부는 이번 환자경험 평가에서 코로나19 환자는 제외키로 한 것 아닐까.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을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 예정인가.

조미현 실장: 의료자원이 제한적인 여건에서 평가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병원계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의료평가조정위원회(이하 의평조)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는 확진자를 평가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했다.

상병이 코로나19 환자는 분류되고 있다. 병원에 피해가 가거나 업무에 과중한 영향이 가지 않도록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정지연 사무총장: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환자, 즉 의료소비자가 우리나라 의료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환자가 평가에서 제외된 것은 아쉽다.

특수 감염병이라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환자경험평가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해서 평가가 이뤄져야 추가적인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심평원은 장기적으로 환자경험평가 대상 및 방법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의료계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정지연 사무총장: 의료 소비자가 보기에도 병원의 소수점 정도의 점수까지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다만 결과에 신뢰를 갖고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PC 환경에서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모바일에서는 잘 안된다. 환자경험평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해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한다. 의료기관 안에서도 정보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현재 전화로만 조사가 이뤄지는데 젊은 사람들은 전화 통화를 오히려 불편해하기도 하니 모바일 등 조사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조사 대상도 응급실, 만성질환, 호스피스, 외래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모든 진료 영역에서 환자경험 결과를 참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박진식 부위원장: 원점수를 공개해 0.1점 차이로 순위가 나눠지는 상황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의료기관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등급제나 인증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방법론 교육도 필요하다. 전화조사 후 결과를 분석, 보정하는 방법 등을 의료기관에 알려주면 자체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다만 평가 영역을 넓히고 대상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현재 입원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는 게 우선이다.

조미현 실장: 현재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요양기관에서 과다한 행정 낭비를 막기 위해 요양기관 지원 활동과 참여 유도 활동을 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스터, 안내문 브로슈어 배포 등도 적극 하고 있다.

평가 결과 공개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사실 사전에 미리 결과 산출방식 관련 보정 변수 설계, 공개 범위 활용방안을 정해놓으면 사후 변경과 다양한 분석에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평가 결과를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분석 방향을 설계할 계획이다.

지난해 환자중심성 평가개선 및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위탁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환자중심성 평가의 개선과 확대방안을 단계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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