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암질심, 타그리소 이어 키트루다 폐암 1차 급여확대 보류 약물 간 경쟁관계 작용 고려…로슈 티쎈트릭, 암질심 상정 예고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한국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연이어 폐암 1차 치료제 급여확대에 실패한 가운데 보건당국의 결정 배경을 두고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도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의 전략적인 결정이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이 두 약물의 급여확대를 '보류'시킨 결정적인 이유와 함께 숨은 전략은 무엇일까.
29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운영하면서 약물의 급여확대 논의 시 평가기준으로 '유효성'과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타그리소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에, 키트루다는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비세소포폐암 1차 단독 및 병용요법'에까지 급여를 확대를 추진하다 번번이 암질심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두 약물 모두 유효성 면에서는 의료계 내에서도 인정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타그리소의 경우 암질심에 급여확대 근거로 내세운 FLAURA China 연구가 암질심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급여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급종합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했을뿐더러 환자에게 독성 없이 오래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현장에서는 모두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 안 할 수 없는 상황인 점도 납득이 가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약물 모두 임상적 효과 문제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분담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타그리소는 암질심 위원들 사이에서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보험 적용 및 이에 따른 약가 수준이 직접 언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을 포함해 40여개국에서 타그리소가 1차 치료로 급여가 확대됐을 때 적용된 약가와 국내에서 적용되는 약가가 일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암질심 위원은 "타그리소나 키트루다의 경우 현재 2차 치료제로서 국내 암 환자들이 접할 기회가 있다"며 "물론 1차 치료제로서 환자들이 접하고 싶은 심정도 충분히 안다. 다만 현재로서는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선별해서 쓰이는 것 비용 경제적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몇몇 약물은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며 "형평성 측면에서 국내는 비교 대상 국가보다 고가로 공급하고 있는 데에 따른 보류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속도 내는 경쟁약물들에 주목하는 암질심
여기에 암질심이 두 글로벌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약물들을 '보류'시킨 배경에는 경쟁약물들이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렉라자의 경우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벌이고 있다. 심평원의 암질심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지난 4월 중순 건보공단으로부터 협상명령을 받았다는 것이 개발사인 유한양행 측의 설명이다.
60일이라는 협상기한을 고려하면 6월 중순 최종 약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타그리소와 근소하게나마 저렴한 약가 설정이 유력시 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타그리소는 40mg 11만 6563원, 80mg 21만 7782원으로 등재돼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하반기부터는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동일한 선상에서 환자들이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서게 된다. 유한양행 측도 이를 염두하고 벌써부터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경쟁약물과 비교해서 2차 치료제로서 뇌전이와 심장독성 문제에서 효과가 뛰어나다는 의견이 많다. 렉라자 전담직원들이 이 같은 장점을 내세워 의료현장에 적극 알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 학술대회 심포지엄 등 행사에서도 적극 참여하는 등 홍보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트루다의 경쟁약물인 로슈의 티쎈트릭은 이보다 더 적극적이다.
티쎈트릭의 경우 암질심에서 원했던 초기치료 3주기 재정분담을 받아들이면서 키트루다 개발사인 MSD에게 부담으로 작용되는 선례를 남긴 약물이다. 티쎈트릭 개발사인 로슈가 재정분담안을 받아들이면서 암질심에 형평성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티쎈트릭은 최근 PD-L1 발현율 높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단독요법에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키트루다의 경쟁약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취재 결과, 티쎈트릭은 다음 차수 암질심 회의에 키트루다가 실패한 1차 치료제 급여확대 안건으로 상정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5차 암질심 회의는 7월 14일 예정돼 있다.
만약 로슈가 기존 초기치료 3주기 환급에서 진일보한 티쎈트릭 재정분담안을 제시해 키트루다가 보류판정을 받은 1차 치료제로서 급여확대를 인정받는다면 MSD 입장에서는 더 큰 부담을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시 형평성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뜻인데, 이와 관련해서 암질심은 키트루다 안건을 '기각'이 아닌 '보류' 판정을 했다. 향후 추가적인 논의에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결국 암질심이 이 같은 경쟁약물의 빠른 급여권 진입을 고려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경쟁약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암질심이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며 "약물 간의 경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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