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암 약을 바꾸셨는데 이제 이 약마저 내성이 생기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의 의지가 강한 건 알겠는데 이런저런 시도로 몸에 고통 주지 말고 그냥 편하게 갈 수 있게 그저 항암 약이 듣기를 바라는 게…"
최근 한 연예인의 가족이 말기 암 투병 중임을 고백하며 의사의 싸늘한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의 비판에 많은 사람이 의사의 공감적인 태도의 부족을 꼬집었다.
나는 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수강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냉정하게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의사로서 올바른 태도인가?'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대다수의 의사는 첫 번째를 우선으로 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란 직업은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나의 질병을 낫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나와 비슷한 환자를 이미 수없이 많이 보았을 사람, 그렇기에 이 질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흔히 간주 된다.
따라서 의료인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상당히 절대적으로 간주 될 수 있다. 격려차 건넨 인사가 치료 초기에는 크나큰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후에 환자에게 마음의 상처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얼마 전 방영했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등장인물 송화는 암 확진을 받을까 걱정한다. 그런 송화에게 익준은 "고치면 되지. 내가 무조건 고쳐줄게"라고 이야기한다.
익준의 말을 듣고 송화는 말한다. "왜 의사들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제 알겠다. 그 말 너무 듣기 좋네. 진짜 어떤 병도 다 낫게 해줄 것 같아, 그 말. 그러니까 환자들한테는 더더욱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나중에 혹시 잘못되면,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정말 너무너무 절망할 것 같아."
환자 개개인의 상황은 모두 다르기에 치료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의사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더라도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세세하게 모두 다 설명해야 하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희망적인 가능성만 환자에게 제시했는데, 희박한 부작용이 환자에게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송화의 말처럼 환자는 절망할 것이다. 의학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좀 더 일찍 부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을 알게 된다면 남은 생을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의사의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가 앞으로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 말의 무게를 알고 나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환자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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