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놓고 정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616개 비급여 가격 입력 기한을 두차례 연장하고, 비급여 보고 의무화 논의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굳이 불필요한 논란을 추가하고 있다.
비급여 보고를 받는 위탁 기관으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곳 모두를 지정하겠다는 것.
비급여 관련 업무를 해보지 않았던 건보공단은 별도의 조직인 '비급여 보고제도 도입 추진단'까지 꾸렸다. 비급여 관리를 담당할 전문 인력도 채용했다. 패널 기관을 대상으로 한 진료비 실태조사 경험을 대입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심평원도 별도의 정책지원단을 구성하고 기존 비급여 업무 고도화를 비롯해 정부의 비급여 관리 종합대책 과제 수행 구체화에 나섰다. 심평원은 비급여 가격 공개 업무를 위탁해 제도 초기부터 해왔다.
비급여 보고 주체인 공급자, 즉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복지부의 업무 위탁을 놓고 심평원과 건보공단 양 기관이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복지부가 스스로 만든 일이다. 심평원은 비급여 가격 공개 제도가 본격 시작됐던 2013년부터 관련 업무를 위탁하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업무를 전담하며 충분히 진화할 수 있는 제반사항도 마련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비급여 보고 의무는 기존의 가격 공개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을 끌고 들어왔고, 관련 시스템 자체를 맨땅에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별도 조직 구성 등으로 불필요한 예산도 나가게 만들었다. 의료계는 졸지에 그동안 심평원에 보고했던 가격을 건보공단에다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의료계가 비급여 보고 위탁 문제를 "정치적"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 논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진 상황에서, 아직 보고 의무 위탁기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다는 소리다. 복지부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반대하는 의료계와의 의견 조율이 급선무다. 정치적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인지하고 있다면, 중심을 잡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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