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피셜 3년전 국회 통과 후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란 현재진행형 '의사의 처방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 등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우려
전문간호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뜨겁다.
보건복지부는 오늘(13일)까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감한다. 입법예고 마감 하루 전인 12일 현재, 복지부 홈페이지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보건의료계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총 8만건 이상의 찬반의견이 접수됐다.
입법예고 기간 중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마취통증의학회 등 의료계는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의료계는 왜 이처럼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인지, 전문간호사법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짚어봤다.
■전문간호사법 대체 뭐길래
전문간호사는 지난 1973년도 보건, 마취, 정신, 가정간호 등 4개의 전문 분야로 시작해 2003년 감염관리, 노인, 산업, 응급, 중환자, 호스피스 등 6개 분야를 추가해 총 10개로 확대한 데 이어 2006년 종양, 임상, 아동까지 3개 분야까지 확대하면서 현재의 13개 분야가 됐다.
이처럼 전문간호사는 70년대부터 시작해 40여년의 역사가 쌓이면서 전문분야도 확대됐지만 막상 의료현장에선 전문간호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간호사를 양성하는데 들이는 비용과 시간 대비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10년이내 해당분야 간호실무 3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후 전문간호사과정 대학원을 통해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다른 간호사와 구분하기 어렵다보니 간호계가 거듭해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해줄 것을 요구해왔던 것.
급기야 2017년도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의료법 제78조 개정법률안을 발의, 2018년 2월 28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전문간호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3년 전,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의 후속조치인 셈이다.
개정된 의료법 시행 시점은 2020년 3월 28일로 지난해부터 시행했어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연기하면서 해를 넘겨 2021년 하반기가 돼서야 입법예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8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간호사법에 대한 의료계 반대는 여전히 거센 상황. 입법예고 이후 시행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문간호사 '처방' 문구가 불편한 의료계…의약분업 학습효과?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함에 있어 '처방'이라는 키워드 때문.
의사협회는 법 해석에 따라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 가능성도 염두에 둔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인사는 "과거 의약분업을 통해 '의사의 처방하에'라는 문구는 곧 독립을 의미한다는 것을 학습한 바 있다"면서 "특히 간호업무는 자칫 자체적인 의료행위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의약분업 학습효과에서 보듯 전문간호사법에서 이를 허용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전문간호사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의 지도에 따른 처방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에 준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전문간호사 영역 13개 중 지도 및 처방을 허용한 분야는 보건, 정신, 산업, 노인, 가정간호 등 총 5개 분야.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5개 분야는 의사가 상주하기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처방'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외 의료기관 내 의사가 상주하는 의료환경에서는 의사의 '지도하에'로 국한하고 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PA간호사 합법화 논란
전문간호사와 붙어다니는 PA간호사 논란은 최근까지도 현재진행형. 지난 2018년 당시 전문간호사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도 복지부는 의료인력 즉 PA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 현재도 복지부는 PA간호사의 업무 실태파악을 추진,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의사협회 이상운 부회장은 "의료계 입장에선 PA간호사의 합법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계속해서 논의 시점이 겹치고 있어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간호사법을 개정, 업무범위를 설정하려는 움직임에는 의료법상 불법인 PA간호사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큰 그림이 숨어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간호협회 관계자는 "PA간호사는 일선 병원이 임의로 배치한 인력으로 간협은 부정적 입장이다. 전문간호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복지부도 선을 긋고 있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오해를 할 순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일부 전문간호사 영역과 PA간호사 영역이 겹칠 순 있지만 별도로 논의하고 있는 사안으로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하위법령, 2010년 대법원 판례와 대치된다?
전문간호사법 반대 선봉에 서고 있는 마취통증의학과는 지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이번 복지부의 하위법령은 사법부 판단과 대치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 판례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마취전문간호사 A씨가 치핵제거 수술환자에게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척추마취를 했고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와 더불어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마취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마취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봤다.
마취통증의학회 김재환 이사장은 11일 학회 및 의협 회원은 물론 정부 당국을 향해 거듭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법에 의하면 수술, 전신마취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하고, 만약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면 무면허의료행위 교사로 처벌받게 된다"면서 "정부 입장은 모르겠지만 마취전문간호사의 단독 혹은 지도하 마취 등 일체의 마취를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취진료에 도움을 주는 마취전문간호를 통한 전문적인 협력은 언제든지 감사히 생각한다"면서도 "마취전문간호사 자격으로 마취통증환자 진료에 나서지는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계 거센 반대에 복지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법 시행 시점이 2020년 3월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늦어지면서 지적도 많이 받은 만큼 더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부담도 큰 상황.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입법예고를 통해 의사협회, 마취통증의학회 등 의료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낸 만큼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법제처 심사 등 절차가 남아있어 이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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