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심의위, 5개 보험사 연구과제 가명정보 제공 '미승인' 결정 "연구계획서, 과학적 연구 기준 미흡...절차적 투명성 확보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보험사의 공공데이터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같은 공공데이터이지만 '공개' 결정을 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는 다른 행보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 심의위원회를 열고 5개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 자료 제공 요청 6건을 심의한 결과 미승인했다고 15일 밝혔다. 5개 보험사는 한화를 포함해 교보, 현대, KB, 삼성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건보공단 내외부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로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를 넘는다.
심의위는 지난 7월 민간보함사 자료요청 접수 이후 3차례 회의를 갖고 청문도 2회 진행했지만 보험사의 요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
심의위는 ▲정보주체, 즉 국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 적합한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졌다.
민간보험사의 정보공개 청구 요청건수는 8월 현재 140건으로 전체 정보공개 청구건수의 절반(54.5%)을 넘는다.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전체 상병 대분류별 통계, 심뇌혈관 질환 및 암 등 주요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난청, 온열질환, 백내장 등 단일질환 통계까지 성별 및 연령별로 제공받아왔다. 일부 수술 처치 관련 통계도 있다.
이번 5개 민간보험사에서 자료요청한 6건의 연구목적은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에 있다. 계층 선별 목적이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심의위원의 입장이 나눠졌다.
민간보험사는 청문에서 취약계층, 임산부, 희귀질환자, 고령유병자 등에 대한 보장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라 밝혔고 전문가 토론에서도 의견 대립이 이어져 심의위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건보공단 심의위는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6606건의 연구계획서를 심의했는데 연구계획서 대부분이 대학, 의료기관 등에서 기존 논문 형식에 맞춰 작성됐다. 미승인 건수는 306건으로 대상자 규모나 약제 정보 제한 등 세부적 쟁점 외에는 큰 문제 없이 승인해왔다.
이번 민간보험사 연구계획서는 선행연구 검토나 연구가설이 제시되지 않았고 환자를 주상병만으로 정의했으며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crude rate) 산출만 기술하고 있다. 민간보험사는 학술지 투고와 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 검증 절차 수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의위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값을 객관적 검증절차도 없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상품 개발에 곧바로 사용한다면 연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며 민간보험사의 연구계획서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연구는 회사 단독으로 연구진을 구성하기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학계나 공공연구소 연구진과 협업 연구도 권고했다.
심의위는 "6건의 연구 목적이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충분히 달성가능하기 때문에 가명처리된 연구용 DB 제공은 적합하지 않으며 이번 자료요청은 그동안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건별로 받아온 익명 집계표를 한번에 산출하겠다는 목적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심의위는 "건보공단은 모든 정보제공 원칙과 절차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범국민적 거버넌스 구조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가입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정보 활용 및 연구 전문가 등이 참여해 투명성과 대표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민간보험사에게도 당부의 보충의견을 내놨다.
심의위는 "민간보험사는 공공데이터를 받아 자체적으로 상품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라며 "민간연구의 공공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정보주체의 이익, 과학적 연구 기준, 자료제공의 최소화 등 기본원칙을 지키는 문제로 구체적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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