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입원에 중복개설까지…법원 "수단 안 가리고 영리추구" 명의 빌려준 의사들도 징역형 또는 벌금형 선고
수억원에 달하는 국세를 내기 싫어 다른 의사의 이름을 빌려 병원을 개설한 '의사'. 그는 가짜 환자를 유치해 이득을 취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의사의 이름을 빌려 두 개의 병원을 추가로 더 문을 열었다. 법에서 중복 개설을 막고 있음에도 이를 어긴 것.
애초에 이 의사는 의료기관 중복 운영으로 벌금형을 받고, 불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법원이 이 의사에게 내린 벌은 '징역 4년'. 이 의사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상고를 포기했다. 그는 현재 징역형을 살고 있다.
의사 I씨는 두 개의 병원을 운영한데다 부정한 방법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의료기관을 개설해 요양급여비를 타갔다는 이유로 급여 환수 처분을 받았다. 내지 않은 국세는 6억9430만원, 환수처분을 받은 급여비는 32억9906만원에 달했다.
I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또 병원을 열면 체납된 국세 등을 강제집행 당할까 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병원 사무장에게 의사 P씨를 소개받았고, 그를 월 1500만원에 고용한 후 P씨의 이름으로 H병원을 개설했다.
P씨는 계약 기간이었던 1년이 지나자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러자 I씨는 의사 구인 사이트를 통해 60대의 K씨를 직접 고용했다. K씨는 3년 동안 월 1700만원 정도를 받으며 H병원에서 근무했다.
I씨는 병원 운영 과정에서 환자도 허위로 입원시켰다. 병원 원무부장에게 문자메시지로 4명의 이름을 전송하며 "입원한 것처럼 조치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731만5260원의 요양급여비를 타갔다. I씨는 지인의 부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환자 4명을 동시에 입원시켜 달라는 부탁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I씨의 불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H병원은 비의료인에게 운영권을 넘기고 의료법인 이사장에게 병원 운영권을 5억원에 사들여 C병원을 개설한 것. C병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한 환경연구소 부설로 병원을 또 개설해 운영했다.
법원은 "I씨는 조세 회피 또는 강제집행 면탈 목적으로 다른 의사 이름을 사용해 병원을 개설,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했다"라며 "허위입원 환자 진료내역을 기초로 요양급여비도 편취하고 병원을 중복개설 운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C병원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억원의 의료재단 자금을 횡령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영리추구를 하며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게 했다"라며 "이미 두 차례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고 강제집행면탈죄도 있어 죄가 무겁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I씨에게 이름을 빌려준 의사 두 명은 어떻게 됐을까. 법원은 3년 동안 근무했던 K씨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과 의료법위반을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년만 근무한 P씨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을 적용, 벌금 700만원을 내렸다.
법원은 "P씨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I씨 제안에 따라 이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명의대여 행위로 자신에게 전가된 다액의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라고 판시했다.
K씨에 대해서는 "근무하던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을 때도 병원 운영자가 누군지 확인하지 않고 개설명의를 계속 유지했다"라며 "연령, 경험, 의료인으로서 경력 등에 비춰보면 의료기관 개설 운영에 미필적 고의를 갖고 개설명의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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