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채용과 의료질 평가, 입원환자 실적 등 전문병원 지정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마이너스 경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질환과 진료과목으로 구분된 총 101개 병원을 제4기 1차 전문병원으로 지정했다.
이들 병원은 3년간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전문병원' 및 '전문' 용어를 사용해 의료광고를 할 수 있다.
또한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비용 투자와 운영성과, 의료질평가 등을 고려해 전문병원 관리료와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 등 수가 가산 인센티브를 지원받는다.
전문병원 지정 병원에게 일반 중소병원과 다른 혜택을 부여한 셈이다.
문제는 수가 가산 대상 환자군이다.
■알코올 전문병원 환자 60% 이상 의료급여…의료질평가·관리료 ‘제외’
알코올 전문병원 입원환자의 절반 이상은 의료급여 환자이다.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전문병원 관리료는 건강보험 환자에만 적용한다.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알코올 전문병원들은 전문병원 지정이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료급여 입원환자가 절반 이상 상황에서 전문병원 제도가 알코올 전문병원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코올 전문병원은 아주편한병원을 비롯해 진병원, 더불유진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온사랑병원, 예사랑병원, 주사랑병원, 다사랑병원, 한사랑병원 등 전국 9개에 달한다.
이는 질환군 전문병원 중 관절(20개)과 척추(16개)에 이어 3번째 많은 수치이다.
아주편한병원은 240병상 중 평균 200병상을 가동 중에 있다. 입원환자의 60%가 의료급여 환자로 장기입원을 감안하면, 입원 일에 따른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전문병원 관리료에서 제외돼 의료급여 환자 입원기간 만큼 수가 가산을 못 받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른 질환과 진료과 전문병원은 의료급여 환자 비율이 3~4%대에 불과하다. 알코올 전문병원들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면서도 수가제도 변화를 주저하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포괄 제외 논란으로 불거진 신포괄수가제도의 경우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 모두 포괄수가 대상군으로 병원과 환자 모두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전문병원 수가 건강보험 국한…신포괄수가, 건보·의료급여 ‘동일 적용’
그렇다면, 의료급여 환자들의 수가가산 제외로 인한 전문병원들의 손실은 얼마나 될까.
알코올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환자구성 비율 66%, 전문의 3인, 80병상 등의 필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알코올 입원환자 관리를 위해 간호인력과 행정인력 등 일반 정신병원에 비해 20% 이상의 인력이 투입된다.
알코올 입원 병동은 약물치료 뿐 아니라 환자 자신이 문제점을 이끌어 내고 환자와 환자 간, 환자와 치료자 간 상호 작용하는 집단치료부터 인지행동치료, 힐링캠프, 미술치료, 종교활동, 재발 예방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체계적이다.
의료진은 전문병원 제도의 모순된 수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 균등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입원 후 심층평가를 통해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증상별 치료법 시행 이후 재평가 및 퇴원 계획수립, 퇴원 그리고 외래치료와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 연계 등 수가가산에서 제외된 의료급여 환자에게도 동일 제공하고 있다.
아주편한병원은 6인실 중심의 입원실과 병상 간 간격 조정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알코올 환자들의 쾌적한 병원 환경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재훈 병원장은 "병원 재정의 60% 이상이 인건비이다. 의료급여 환자가 제외된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전문병원 관리료로는 간호인력을 포함한 일반 직원들의 인건비도 안 나오고 있다"면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구분없이 환자들의 치료와 사회복귀를 위해 손실이 나더라도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알코올 전문병원 문제점 인지 불구 부서 간 ‘핑퐁게임’
복지부도 알코올 전문병원들의 요구와 타당성을 인지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정신건강, 의료급여 담당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9년 유재중 의원이 질의한 국정감사 서면답변을 통해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매년 정신과 정액수가 현실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알코올 전문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 적용 필요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의견수렴과 소요 재정을 재정당국과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3년이 지난 2021년 11월 현재,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알코올 질환 특성상 환자들의 가정과 직장생활은 피폐해지고, 결국 혼자 남아 건강보험 환자에서 의료급여 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5#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에 따른 정액수가로 본인부담은 거의 없다.
이들 환자에게 의료질향상지원금과 관리료를 적용해도 본인부담은 미비하다. 정부의 의료급여 예산이 조금 늘어날 뿐이다.
■알코올 전문병원 9곳 전문병원 반납 고심 “수가제도 개선 시급”
알코올 전문병원의 요구는 분명하다.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의 수가제도 동일 적용이다.
알코올 질환 특성상 의료급여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볼수록 병원 경영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병원장은 "언제까지 의료급여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 적자가 발생하는 비공정성을 반복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알코올 전문병원 9곳은 전문병원 탈퇴를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가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환자 모두 좋은 치료를 위해 전문병원 수가 제도를 개선하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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