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에게 작년은 쓰디쓴 해다. 2017년, 2019년에 나온 국내 C형간염 검진 비용-효과 분석 연구에 이어 질병관리청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한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에서도 '효용'이 있다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국가검진사업 포함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주요 정책들이 비용 대비 효과성을 정책 추진의 판단 지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간학회 내부에선 "할 만큼 다 해봤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만큼 연구용역사업 분석 결과가 좋아 C형간염의 국가검진 포함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결과에 실망감도 컸다는 뜻이다.
다만 여지는 남았다. 보건복지부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대해 타당성 연구를 추가로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국가검진 도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여지를 뒀다.
간학회는 C형간염의 비용-효과성은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판단에 따라 재정영향평가, 사후관리방안, C형간염 선별검사의 적정 검진주기 및 대상연령과 같은 당위성 연구로 쐐기를 박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7전 8기에 나서는 간학회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간학회 장재영 의료정책이사를 만나 C형간염 국가검진 사업 포함 재도전 계획 및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결과 발표 후 진척 사항은?
2020년 진행한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결과에선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국가검진 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당국에선 아직 검증할 부분이 남았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이후 재차 논의해보자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실제로 질병청은 작년 하반기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연구용역 공고를 새로 했다. 신청자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됐지만 결국 간학회가 사업을 수주했다.
올해부터 새로 연구를 시작하는데 해당 연구 용역기간이 1년인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부터 최소 1년 이후부터 사업 결과가 도출된다. 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부와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 결과는 어땠는지?
질병관리청 연구용역사업 연구비를 지원받아 간학회가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모두를 스크리닝(검진)하는 전략은 스크리닝을 하지 않는 것 대비 ICER 값이 816만 4704원, 위험 기반 스크리닝을 하는 것 대비 ICER 값은 796만 5201원으로 나왔다. 이는 임계값인 3583만 1274원보다 훨씬 적어 비용-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앞서 나온 2017년 연구에선 40대의 ICER 값이 5714달러, 50대 6843달러, 60대 8889달러로 당시 지불 허용 한계인 2만 7512달러보다 낮아 훨씬 비용 대비 효과적이었다. 2019년 연구 역시 40~65세 C형간염 선별검사 후 경구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할 경우 ICER 값이 7435달러인 반면 지불 허용 한계는 2만 7205달러로 비용-효과적이었다.
▲보통 비용 대비 효과성을 증명하면 정책에 반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입된 재정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진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사실 학회 입장에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선진국인 프랑스, 심지어 대만도 비용-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도입했는데 우리는 안 해주고 있다. 질병청, 복지부와 논의해 본 결과 정부는 경제성평가 하나만으로 안 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특히 검진에 포함되기 위해선 유병률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국가검진에 들어가려면 5% 이상 유병률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C형간염은 유병률이 1%에 그친다. 그래서 경제성 기준만으로는 충족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기존 연구와 차이점은?
앞선 연구들이 비용-효과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재정영향평가에 이어 적정 검진주기 및 대상 연령을 포함한 검진포함의 당위성 근거 생산에 집중할 생각이다.
정부 당국은 재정이 투입되는 영역을 결정할 때 다방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용-효과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유병률은 과거 설정된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차치하더라도 최적 검진 주기나 연령,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학회가 근거 자료를 만들어 당국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에 포함된 연구 항목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C형간염 검진의 경제성 및 재정영향평가를 진행한다. 연령별 유병률, 연령에 따른 C형간염의 임상 경과, 조기사망으로 인한 노동력상실 예방효과 등을 고려한 검진 연령별 비용-효과 분석을 진행한다. 국내 C형간염의 질병부담에선 C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삶의 질, 노동력상실 등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산출하는데 국민건강영양조사(유병률), 사망통계(사망률), 2020년 시범사업결과 등 기존 국가 조사 통계를 활용할 생각이다.
또 진행성 간질환 예방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 분석(재정영향평가), 검진주기 및 대상연령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기발견으로 인한 사망 감소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검진 실시 연령 혹은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선별 검사 주기, 치료제 효과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검진으로 선별된 양성자의 치료율에 대해 기존 문헌 및 시범사업 추적조사 결과 등을 제시할 생각이다.
▲다양한 항목들이 포함됐다. 올해 연구 결과가 도출되고 당국과의 논의도 재개되는지?
연구용역 기간은 1년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올해 안에 나오는 것은 빠듯할 것 같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검진 사업 포함 여부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논의는 빠르면 2022년 하반기, 늦으면 2023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11월에 결과가 나오는데 질병청 내 자문 및 검토를 거치게 된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당위성의 근거, 논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생각이다. 질병청이 연구용역 내용을 복지부 검진위원회에 상정을 하게 되면 논의에 최소 몇 개월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11월 이후 최소 3개월 더 소요될 것 같다.
C형간염 국가검진 사업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이다. 학자의 입장에 아랑곳없이 전쟁에 임하는 장수처럼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 작년 연구용역 내용이 좋았는데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진 못 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배수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연구에 임하겠다.
▲배수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도전이 마지막이라는 될 수도 있는건지?
인생에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4년을 매달리는 일이 흔하진 않다. 2020년 5월 연구용역에 착수해서 작년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작년 재차 연구용역을 수주해서 올해 다시 연구에 들어간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를 두고 논의를 이어간다고 하면 4년이나 C형간염 국가검진 사업에 매달린 셈이다.
간학회에서 정책이사를 2년간 했고 또 2년을 추가로 한다. 학회 단독 추진이 아니라 질병청과 같이 사업을 했는데도 또 떨어진다고 하면 그간 투자한 열정,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학회가 아니면 수행할 수 없는 연구이기 때문에 내용 및 질적 수준도 고도화 돼 있고, 결과물도 고무적이었다. 비슷한 사유로 사업 포함이 또 물거품이 된다면 말 그대로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조금 더 포용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으면 한다. C형간염은 두 달만 제대로 치료하면 완치가 된다. 두 달 치료비에 8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이를 통한 효용은 더 크다. 치료받지 못한 20만명은 다 만성인데 이중 60~70%가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된다. 이들을 완치시키면 전파도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퇴사나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국내의 낮은 유병률은 국내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외국도 유병률 1%대, 많아봤자 2.8%이지만 비용-효과성을 따져 검진을 진행하는 것이다.
두드릴 수 있는 문은 다 두드리겠다.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의 당위성 근거 산출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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