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 심사 허들이 점점 높아지면서 진단 키트 기업들의 부담이 커져가고 있다.
그동안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느라 일정 수준만 갖추면 허가를 내줬지만 이제는 생산 기업이 늘어나고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허가 심사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체외진단 의료기기 즉 진단 키트 허가 심사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상향 조정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떨어진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코로나 변이종에 대한 대응이다. 알파부터 델타를 넘어 오미크론까지 빠르게 변이종이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성능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계속해서 허들을 높이며 진단 키트의 옥석을 가리는 중이다. 과거 생산 기업이 얼마 되지 않을때는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맞추느라 다소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다면 이제는 보다 나은 성능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코로나 체외진단 의료기기 허가 심사 규정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것도 연장선상이다.
평가원은 최근 체외진단 의료기기 허가 심사 규정을 개정하고 코로나 변이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명시했다.
알파부터 오미크론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5종의 주요 변이종에 대해 제품 성능을 평가한 자료를 추가 제출할 것을 기업들에게 주문한 것.
실제로 평가원은 변이종에 대한 제품 성능 분석 자료를 의무화하며 서열 분석(In siloco)를 기본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경우 포괄성 자료까지 모두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현재 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경우도 건별로 이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임상적 성능시험에 대한 규정도 강화됐다. 백신 접종자 참여 가능 여부를 명확히 한 것. 현재 상당수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한 상태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평가원은 유전자 및 항원 진단 키트의 경우 백신 접종자의 참여를 허용했지만 항체 진단 제품은 성능시험에서 이를 완전히 제외시키기로 했다.
또한 백신 접종자가 임상적 성능시험에 참여할 시 양성 및 음성 접종자 검체를 동일한 수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과거 일정 이상의 임상적 성능만 입증하면 긴급사용승인 등을 통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준비해야할 사항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체외진단 의료기기 즉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국내에는 씨젠 등에서 만든 13개 제품만이 허가를 받고 유통됐지만 1월 현재에는 국내에 정식 허가된 진단 키트만 73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수요를 따라가느라 일단 긴급하게 허가 심사를 내줬다면 이제는 공급량이 충분한 만큼 질 관리 방안이 동반되고 있는 것이다.
GMP 등 생산 시설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는 것도 체외진단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체외진단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라 제조업 또는 수입업 허가를 받은 기업은 오는 4월까지 GMP 시설에 대한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GMP 규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품목에 대한 제조와 수입이 6개월간 정지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같은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이라해도 규모별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큰 부담이 없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A키트 기업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공장 신증축을 진행하며 GMP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며 "또한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 이미 현존하는 거의 모든 변이종에 대한 대응을 끝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진단 키트는 기술력과 신뢰도가 생명인데 당연한 준비와 체계 아니겠느냐"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품질에 따라 키트별로 실적이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기술력 등에 대한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나 새롭게 체외진단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이미 자리를 잡은 기업들과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국내 B키트 기업 임원은 "GMP 규정만 해도 과거 기준으로 인정을 받은 기업은 다른 조치없이 3년이나 그 효력이 유지된다"며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완벽하게 불이익을 받는 구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허가 심사 규정도 과거 허가를 받은 제품과 새롭게 받아야 하는 제품간에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며 "허가 심사를 강화한다면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과거 제품들도 재심사를 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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