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산모를 위해 정부가 분만병실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병상이 부족해 출산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정부정책 실효성에 지적이 나온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수백km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는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평택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한 산모는 인근에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 300여㎞ 떨어진 경남 창원으로 이송돼 아이를 낳았다. 경기·서울·강원지역 병원 30여 곳 모두 병상이 없었고 신고 접수 1시간 40분 만에 경남 창원시 소재 병원에서 수용 가능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헬기가 뜨지 못해 최초 신고 접수 5시간 40분 만에 어렵게 출산했다.
지난 10일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병상 부족으로 광명시에서 130㎞ 가량 떨어진 충남 홍성군 소재 병원에서 출산했다. 같은 날 청주에선 한 확진 산모가 충북 권역에 수용 가능한 분만실이 없어 분만키트를 통해 자택에서 출산하는 일이 생겼다.
앞서 정부는 소위 길거리 출산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확진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분만병상 160여 개를 확보했고 이를 이번 주까지 260여 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 같은 정부지침이 병상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백신 접종률이 낮아 고위험군인 산모를 받는 산부인과 특성상, 개인병원은 참여가 어려워 각 지역에 균등하게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가 밝힌 분만병상 분포는 지난 7일 기준 영남권 86개, 수도·강원권 57개, 호남·제주권 10개, 충청권 7개 등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개인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일반 환자들이 끊기기 때문에 병상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병상을 제공한 병원이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모가 확진자만 신생아도 격리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병원에 별도 공간이 필요하고 이들을 관리할 인력도 따로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개인병원은 병상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균등하게 확보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피과 문제로 산부인과 인프라가 붕괴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병상 부족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특정 지역에만 몰릴 수밖에 없어 병상 수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병상 확보를 위해 당근으로 제시한 300%의 '분만 격리관리료' 가산 수가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부인과는 제왕절개수술 등 포괄수가 항목이 많아 300% 가산을 적용해도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한 산부인과 원장은 "의료기관에 보상책을 제시하기 전에 국민의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에 방문하려는 산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분만 병상을 제공하면 당장 환자는 받을 수 있겠지만, 이후 병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코로나19 분만 전담병원으로 만들어 확진 산모만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각 권역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의료기관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코로나19 유행세가 잦아든 뒤 이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또 확진 산모를 담당한 의료기관은 이후 환자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을 보호할 면책조항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만병원엔 호흡기 전담의사가 없는 만큼 이후 이를 이유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분만 전담병원이 다시 정상적으로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병상만 확보하거나 산모를 기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보내는 식의 대책은 중환자실 부족 등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시도에 코로나19 분만 전담병원이 하나만 있어도 산모들이 편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며 "확진자 폭증세로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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