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진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회하면서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협 측은 기존 비대면진료를 배제하고 원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비대면진료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고 그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1.5배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안을 의결했다.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앞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진료비 현실화, 진료시간 차등, 의료사고 면책, 대체조제, 본인 확인 문제 등을 해결해 회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엔 관련 논의가 의료정책연구소 주도로 이뤄지는 등 의협은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협회 차원에서 비대면진료 논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오고 있다. 한 의협 대의원은 2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의료계 주도로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비대면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의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이어서 한시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허점을 보여선 안 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신경 쓰는 눈치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본회 원칙은 대면진료이며 기존 비대면진료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은 그대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비대면진료 논의 방향은 기존 플랫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환자가 플랫폼을 통해 의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환자에게 서비스 차원의 비대면진료를 제공하겠다는 게 의협 측이 생각하는 비대면진료의 방향이다.
박 대변인은 "본회 원칙은 대면진료다. 지금과 같은 플랫폼 비대면진료 무조건 문제가 있어 배제해야 한다"며 "다만 환자들이 원하는 편의성 등에선 논의가 필요하다. 비대면진료는 한정적이고 보조적인 수단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비대면진료의 문제점으로 의료쇼핑 문제를 꼽았다. 접근성이 뛰어나 같은 진료를 여러 번 보는 등의 문제가 생겨 건강보험재정이 누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제대로 된 처방이 어려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전문 의약품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환자 입장에서도 관련 부장용을 해결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비대면진료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상의해야 하는 내용"이라며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향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기로 한 만큼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의협 산하단체로서 대의원회 결정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개협 김동석 회장 역시 플랫폼 업체를 통한 비대면진료를 경계했다. 그는 논의 과정이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업체 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이 제도화되면 유명 교수들을 모아 경쟁력을 갖추는 업체가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대학병원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결국 국민 건강권에 위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데 의료계 주도로 연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부와 국민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대개협은 우선 기존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위법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대의원회 결정사항인 만큼 본회 상임이사회 안건을 올려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플랫폼이 불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할 수 없이 비대면진료를 진행한다면 관련 방향 및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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