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IT기업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잇따라 발을 딛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이를 이끌고 있는 두명의 의사 수장을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결론적으로 이들 기업들은 환자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었고 이를 통한 의료서비스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학회는 17일 더케이호텔과 온라인을 통해 종합 학술대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와 의료 인공지능 등 디지털헬스케어와 의료계의 미래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세션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전략과 전망에 대한 부분이었다.
두 기업의 헬스케어 부분을 이끌고 있는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 연구소장과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동시에 패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두 수장은 디지털헬스케어의 흐름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기업의 전략 방향과 나아가 의료계에 던지는 메지시를 전했다.
먼저 나군호 소장은 이날 중점적으로 다뤄진 의료 AI와 교육과정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향후 디지털헬스케어에 깊숙히 들어와야 하는 의사를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나군호 소장은 "이미 미국의 경우 하버드의대 졸업생 중 임상 의사가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대 교육을 들여다보면 임상 의사를 키우기 위한 노력만 지속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내과와 외과를 넘어 제3의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는 곧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해 촉발되고 있다"며 "이러한 디지털헬스케어,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도하는 의학을 통해 앞으로 20년, 30년 후를 살아가야 하는 후배 의사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네이버헬스케어가 바라보고 있는 시장에 대해 귀띔했다. 이러한 데이터 사이언스가 EMR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는 기술이 디지털헬스케어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군호 소장은 "지금까지 헬스케어 산업 하면 제약과 의료기기였지만 이제는 EMR로부터 시작되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네이버헬스케어 또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를 든 것은 자체 개발중인 클라우드 EMR과 연동되는 문진 서비스 '스마트 서베이'다. 병의원을 예약하면서 간단한 문진을 진행하는 것만으로 그 환자의 히스토리와 예상되는 병명 등이 EMR를 통해 표시되는 기능.
나 소장은 "현재 의사들은 환자가 오면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며 "하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허리가 3년동안 아프셔서 수술을 받으셨는데 차도가 없으시군요'라는 질문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주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주력하고 있다. 수없이 쌓여가는 환자 데이터를 보다 쉽고 편하게 의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이 기술이 또 다시 쌓이는 구조를 바라보고 있다.
나군호 소장은 "현재 의료진과 의과학자들이 데이터가 없어 진료나 연구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그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이 복잡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네이버는 영수증 리뷰를 가능하게 하는 고도의 OCR(문자인식기술) 테크놀로지가 있는 만큼 각종 건강검진 데이터를 비롯해 그간의 진료 기록등이 자동으로 스캔되고 알아서 관리되며 중복되거나 필요없는 부분들이 자동으로 소팅(sorting)되는 솔루션을 개발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의료정보 시스템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EMR 기업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로 인한 데이터 분산 부분을 지적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데이터 사이언스로 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데이터 표준화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난립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황희 대표는 "현재 의료가 데이터 사이언스로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데이터 공유의 문제점"이라며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상급종합병원끼리도 데이터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가이드라인 없이 비대면 플랫폼들이 움직일 경우 데이터가 산산조각 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각 플랫폼별로 데이터 관리가 이뤄지게 되면 그나마 지금까지 노력하던 데이터 표준화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3~4년만 지속된다면 같은 병원안에서도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데이터가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그나마 모아지지 않던 데이터가 더 조각조각 부서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정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EMR을 통해 한군데로 정보를 모으던지 비대면 데이터를 웹으로 올려 API 형태로 EMR에 연동되게 하지 않으면 빅데이터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의료계와 의학계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공통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카카오헬스케어가 바라보는 디지털헬스케어 전략도 이러한 데이터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병원을 넘어선 환자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곧 결정적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황희 대표는 "현재 건강 데이터가 유전자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에 집중돼 있지만 라이프로그 데이터의 효용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문제는 유전자와 임상 데이터는 EMR에 고스란이 담겨 있지만 마지막 퍼즐은 모으기도 어렵고 모을 수도 없으며 현재 모아져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정보는 결국 어떤 기기에 의해 모을 수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이에 대한 허들과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각 개별병원 단위별로 흩어져 있는 건강 데이터들을 하나의 데이터셋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정말 좋은 건강 데이터가 많지만 각 병원 EMR에 다 가둬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데이터셋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서포트를 누군가는 해야하는 만큼 이를 카카오헬스케어의 숙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문제는 이를 활용해 어떻게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이냐 하는 부분으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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