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가 현행 유형별 수가계약(환산지수) 협상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강하게 성토하며 원가에 근거한 적정 보상 계약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24일 협회 출입기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물가 및 임금인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률을 강요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적정원가를 기반으로 의료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수가 계약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앞서 병원협회는 지난 5월말 건강보험공단과 2023년도 수가계약 협상을 통해 2022년 대비 1.6% 인상된 환산지수 계약을 체결했다.
병원협회의 2023년도 수가 소요재정은 4949억원으로 7개 유형별 수가계약 총액 1조 848억원의 45.6%에 해당한다.
협회는 2년 연속 수가 계약 협상 결렬의 부담감으로 낮은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공단과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송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장기화와 보장성 확대 상황에서 병원의 실질적 경영 현황을 공단에 설명했다. 급여 수익 증가는 보장성 강화 등 정부의 비급여 관리 정책에 따른 현상"이라면서 "비급여 감소와 함께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 종사자 증가 및 처우개선으로 병원의 관리 운영비용을 계속 증가했다"고 협상 과정 상황을 전했다.
특히 "가입자가 제기한 손실보상은 감염병 전담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에 한정된 부분"이라고 선을 긋고 "정부가 별도의 감염병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지불한 운영비 성격이며 의료수익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의 수가계약 협상은 가입자 중심의 비용 투입 억제에 집중됐다.
복지부 공무원 출신인 송 부회장은 "비용부담 증가에 대한 가입자 부담은 이해하나 적정의료 제공에 대한 적정비용 부담 고려가 부재했다"면서 "물가인상 등으로 의료기관 비용이 증가되는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비용 투입 억제를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밴드 설정 지연에 따른 충분한 협상 기회를 상실했고, 협상이라기보다 통보에 가까운 협상으로 진행됐다"며 독단적인 협상 방식을 강하게 성토했다.
병원협회는 현 수가계약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수가역전 현상, 지불체계 붕괴 심화 "보험료 적정부담 인식개선 필요"
송 부회장은 "원가 이하, 적정보전에 대한 논의 없이 물가 및 임금 인상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인상률을 강요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적정원가에 기반해 환산지수를 재산출하거나, 현행 SGR 모형에 원가보전 지수 등을 추가하는 형태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급 수가가 병원급보다 높아진 수가역전 현상 해소 방안도 제언했다.
송 부회장은 "병의원 수가역전 현상으로 지불 보상체계 붕괴와 의료진 이탈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현 유형별 수가계약 제도 하에서 수가역전 현상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가 아닌 적정원가에 기반한 병원과 의원 단일 환산지수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건강보험료 적정부담 인식 전환도 제시했다.
그는 "수가인상을 보험료 인상이라는 비용 부담 증가로만 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적정부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료 접근성과 의료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고 추후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협상 마지막 날 밴드를 확정한 후 진행하는 현재의 밤샘 협상과 인상률 통보식 협상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밴드를 사전에 설정하고 공단 협상단에 재량권을 부여해 통보가 아닌 계약 당사자와 동등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공급자를 배려한 협상 방식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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