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수장 공석 상황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산하기관 임원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매년 7월에 있는 정기 인사 역시 소폭으로 이뤄지며 소극적인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조직 상임이사 중 일부의 정해진 임기가 훌쩍 지났거나 끝나가고 있음에도 임원 공모 절차 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통상 임원 공개모집 공지를 하고 임원추천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꾸리는 등의 과정을 생각하면 적어도 임원 임기 만료 2개월 전에는 공모 절차가 진행됐어야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
특히 건보공단은 기획이사와 장기요양이사 공모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 내부 인사 적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획상임이사는 기획조정실, 법무지원실, 재정관리실 및 국민소통실 등 건보공단 내부 살림 및 대외활동을 관장하고 있다. 장기요양상임이사는 요양기획실, 요양기준실, 요양급여실 및 요양심사실 등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 두 이사의 임기는 오는 4월 이미 끝났음에도 3개월째 관련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상임이사 자리는 1년 단위로 연임을 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연임도 아닌 상황에서 관련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
이들 자리는 내부 승진이 관행이라 1급 실장들의 승진 기회가 열리면서 자리 순환이 이뤄지는데 기획이사와 장기요양이사가 임기를 수개월째 이어 나가는 바람에 빠져나가는 1급도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 건보공단 내부적으로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총무이사와 모두 함께 임기를 마무리 짓는 게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강도태 이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인사를 진행했지만 기획이사와 장기요양이사의 이동이 없다 보니 "가급적이면 그 자리에 머물도록 할 것"이라는 인사 방향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7월 정기 인사에서는 승진자 중심의 인사만 냈다. 다만 급여상임이사 소관 만성질환관리실과 보건의료자원실에는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을 임명해 해당 실의 전문성을 보다 높였다.
심평원 역시 조직 내부 살림살이를 돌보는 기획상임이사 임기가 이달 끝나지만 별다른 공모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연초 인사에 집중하는 만큼 하반기 인사는 원래 소폭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인사는 '소폭'이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복지부 산하 기관이 임원 공개모집 공지를 하고 임원추천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인사가 미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복지부 장관이 공석이라는 추측이 가장 많았다.
복지부는 권덕철 전 장관이 정식 퇴임한 지난 5월 25일부터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정호영 전 후보자가 자녀 특혜 논란으로 지난 5월 23일 자진 사퇴했고, 김승희 후보자도 지난 4일 스스로 물러났다.
건보공단 내부 관계자는 "상임이사 자리 임명 권한은 기관장에게 있지만 복지부와 손발을 맞춰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위 기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임원 인사 및 정기 인사는 기관장 의지가 더 중요한 만큼 정권 눈치 보기를 과하게 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보건의료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임이사 공모 절차는 이사장 직권으로도 추진력 있게 할 수 있는데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긴 하다"라며 "아무래도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인 만큼 몸을 더 움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한 고위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는 장관 자리가 공석이더라도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안다"라며 "2~3개월 안으로 상임이사 모집 공고를 내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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