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뭔가 쫙 올라오는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너무 아파요."
"머리가 깨질 듯이 죽을 뻔했는데, 이제 좀 낫네요. 눈도 잘 안 보이네요."
"목 쪽으로 통증이 내려오네요."
"앞하고 뒷머리가 아픈거 말고는 불편한 거 없어요."
며칠에 걸쳐 지속적으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말을 듣고도 뇌 CT 촬영, 신경외과 협진 의뢰를 하지 않은 의사에 대해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40대의 남성 환자는 뇌출혈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 내과 의사 Y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유족 측은 이보다 먼저 의사 Y씨와 Y씨가 몸담고 있던 병원, 환자가 전원 됐던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했다. 법원은 3명의 피고측이 공동으로 유족에게 총 2억449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Y씨에 대한 벌금형은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최종 확정됐지만, 사건은 10년도 더 지난 2009년에 벌어졌다.
아이 셋을 둔 40대의 가장 L씨는 두통, 복통, 구토감, 전신 근육통을 호소하며 광주 S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L씨가 과거 같은 증상으로 장염으로 입원한 과거력 등을 고려해 급성 위장염, 급성 신부전 의증으로 진단하고 입원 조치했다. 복부초음파에서는 간과 신장에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입원 후 L씨는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머리에 뭔가 쫙 올라오는 느낌이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라고 표현했다. "수축기 혈압이 150 이상으로 지속되고 목 뒷부분이 뻣뻣해져 누워있기 어렵다"고도 호소했다.
입원 이틀째에는 두통 및 구토 증세를 보이며 의식까지 잃었다. 사지강직 증상도 나타났다. 그제서야 S병원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했고, 양측으로 전반적인 뇌 지주막하출혈이 있어 앞 교통동맥 동맥류 파열 의증으로 진단하고 관내 대학병원으로 전원 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다리뇌앞 수조, 소뇌다리뇌각 수조, 기저수조, 위소뇌수조, 사구수조 등에서 많은 양의 지주막하 출혈을 관찰했고, 오른쪽 추골동맥에 길게 확정된 뇌동맥류를 확인했다. 이후 뇌실창냄술을 실시해 환자의 뇌척수액과 출혈된 피를 빼낸 다음 뇌혈관조영술을 했다.
이 대학병원 의료진은 혈관 촬영상 박리동맥류가 의심되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어 환자를 7일 동안 진정시킨 다음 혈관촬영 시행을 계획하고 보호자에게는 환자의 뇌부종이 심해 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더했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환자를 서울 큰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기를 원해 환자는 다시 옮겨졌다. 이후 환자는 코일을 이용한 색전술을 받은 후 퇴원해 광주로 돌아와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약 2년 후 뇌출혈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S병원과 환자의 주치의 였던 Y씨, 전원했던 광주의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며 유족에 총 2억4496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주치의 Y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소송에도 휘말렸다. 법원은 Y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형사 재판부는 내·외과 신경외과 영역 감정촉탁의견, 민사 법원 판결문 등을 참고해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환자는 S병원을 내원 후 일반적인 장염 증상뿐만 아니라 두통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장염증상 완화 후에도 극심한 두통 등 지주막하 출혈을 의심케 할 만한 증상을 이야기했다"라며 "간호기록지에서도 신경외과적으로는 지주막하 출혈 환자나 이전의 경고 징후를 의심할 수 있어 뇌 CT 촬영을 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S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급성장염 등으로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긴 했지만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신장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입원 이틀째에는 지주막하출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혈 여부를 확인하거나 신경외과 협진을 의뢰하는 등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Y씨의 과실이 약 2년 뒤 환자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인정했다.
Y씨는 "대학병원에서 환자의 오른쪽 척추동맥에 대한 뇌혈관조영술을 제대로 하지 않아 파열 부위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자신의 과실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주막하출혈은 수술 시기가 늦어질수록 재출혈로 사망하는 위험성이 높아지고 환자 임상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라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Y씨는 이를 놓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환자가 S병원에 내원할 때부터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S병원 의료진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른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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