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공공 바이오클러스터가 있었지만 시간 싸움 등에서 유연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민간 신약개발 클러스터가 기존에 공공 클러스터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간극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성장하면서 신약 개발 수요가 늘어나자 바이오클러스터(산업직접단지)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으로 바이오클러스터가 늘어난 것에 비해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런 상황에서 우정바이오가 국내 최초 민간 바이오 클러스터를 출범하면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신약개발 시장에서 민간 클러스터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는 게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의 시각. 향후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이하 우신클)가 신약 개발 전문가의 놀이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다.
최근 우정바이오의 행보는 우신클과 같은 민간 클러스터로 대표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회사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우정바이오는 최초 신약개발에 필요한 실험동물을 세계 표준에 맞춰 국내에 공급한 것으로 시작으로 사육환경과 실험 효율화를 위한 동물인 구축 등 기초단계에서 회사의 역량을 쌓아왔다.
천 대표는 "국내 신약개발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동물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고민이 연구 자산인 실험동물의 관리로 이어졌고 이후 동물실험이 대형화 되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 클러스터의 토대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우신클의 차별 점은 '민간'의 가질 수 있는 효율성과 속도다. 여기에는 특정 기업이 원하는 필요도를 맞춰줄 수 있다는 점도 포함돼 있다.
천 대표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실험 데이터의 질은 물론 얼마나 빠르게 어떤 전문가들이 해주는가도 중요한 요소다"며 "금액도 문제지만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민간 클러스터가 유연성을 가지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공공 클러스터가 하는 역할도 중요하고 계속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수요자의 요구와의 차이를 중간에서 민간클러스터가 빈칸을 메워 산업 생태계가 빈틈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 대표가 그리는 우신클의 장기 계획은 '지속가능한 신약 개발 생태계'로 요약된다. 즉,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발굴해 '제2의 모더나'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국내에 바이오 스타트업이 많고 물질 발견의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후 기술이전 등을 위한 상업화(commercialization)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초기 단계부터 도움을 주는 것이 숙제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우정바이오는 국내 신약개발 전문가인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 배진건 박사를 자문단으로 참여시켜 다양한 도움을 줄 계획이다.
두 전문가를 주축으로 신약개발에 필요한 법률, 경영, 특허, 해외진출 등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 가능성은 높이고 실패 가능성이 있는 것은 빨리 포기하도록 조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바이오벤처의 경우 투자를 받는 것 못지않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싸움이 중요한 만큼 여기에 소비되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미다.
또한 신약개발 플랫폼 제공뿐 아니라 유망한 바이오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수행해 기술이전 성과를 내고 그러한 성과가 다시 우정바이오의 활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구상 중이다.
천 대표는 "우신클이 하나하나 살펴보면 최초가 아닐 수 있지만 통합적으로 임상개발과 투자까지 연동하는 것은 최초라고 생각한다"며 "여러 요소를 엮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고 인프라를 갖추고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천 대표는 우신클을 중심으로 주변일대가 신약개발 전문가의 놀이터 혹은 장터와 같은 역할이 되기를 희망했다.
천 대표는 "우신클이 보스턴 랩 센트럴과 같이 타운이 형성돼 신약개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멘토 역할을 하는 기능을 기대한다"며 "많은 스타트업 기업과 전문과학자들이 교류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교류의 장이 되는 것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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