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삭감 더 이상 못 참겠다", "도대체 삭감 기준이 뭔가"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한 의료계의 불만의 목소리였다.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등 교통사고 환자를 주로 보던 개원가는 경증 교통사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했다는 이유로 삭감의 늪에 빠졌다.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기획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 기준 공개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두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심사 업무를 위탁했을 때 나왔던 움직임들이다. 8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경상 환자와 일부 의료기관이 결탁해 보험료를 과다하게 타가는 '나일롱 환자'가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되던 때였다.
심평원은 같은 환자라도 '교통사고'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심사를 했다. 질병과 상해는 다르게 보고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삭감 시달리던 의과, 경증 자보환자 안본다
그렇다 보니 의료계는 교통사고 환자 중에서도 경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율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의과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018년을 1조2542억원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개원가에서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는 기관은 지난해 기준 5914곳인데 이는 전체 의원의 17.4%에 불과하다.
심평원은 2017년부터 전년도 자보 진료비 통계지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원급에서 한 곳당 어느 정도의 자보 진료비가 발생하는지 변화율을 살펴봤다.
그 결과 2016년 의원 한 곳당 자보 진료비는 4939만원이었고 이듬해 4821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자보 진료비를 청구한 의원 한 곳당 3857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이는 연 진료비로 매월 평균 321만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보험료를 타기 위한 일명 '나일롱 환자'는 없어졌을까. 그렇지만도 않다. 교통사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질환의 경중에 상관없이 환자의 '심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교통사고는 상해다"라며 "그냥 길을 걷다가 발목을 삐거나 교통사고로 발목을 삐었을 때 발목을 삐었다는 결과는 의학적으로 같지만 교통사고는 상해이기 때문에 환자의 감정이 들어간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말 괜찮은 지 검사를 받고, 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를 다 받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를 의사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은 환자와 보험사 사이에 끼여 있는 존재"라고 털어놨다.
한의과, 자보 진료비 폭증에 정부 규제 향했다
의과는 자동차보험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지만 한의과의 자보 진료비 증가율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전체 한의원 10곳 중 8곳이 자동차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 한의과 자보 진료비는 2020년 1조원을 돌파, 지난해는 1조3066억원으로 의과 1조787억원을 넘어섰다. 자동차진료비를 청구하는 한의원의 기관당 진료비는 이미 2019년 4671만원으로 의원 4631만원을 넘어섰다.
한방병원 자보 진료비 증가율은 훨씬 더 컸다. 자보 진료비를 청구하는 한방병원은 2016년 282곳에서 지난해 453곳으로 증가했다. 한방병원 한 곳당 진료비는 2016년 5억9113만원에서 2021년 14억4795만원으로 2.4배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자보진료비를 청구하는 한방 병의원에 대해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한의원의 상급병실료 청구를 원천 차단했고, 입원료에 대한 급여기준도 만들었다.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가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때 진단서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는 산업재해보험에 있는 기준을 갖고 왔다.
정부 규제 탓인지 올해 2분기 기준 한의원의 상급병상은 2093병상으로 지난해 4분기 2518병상 보다 488개 줄었다. 한의계는 국토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심평원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갖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한 임원은 "심평원은 과잉진료, 도덕적 해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규정에도 없는 삭감을 하고 있다"라며 "치료를 거부했을 때 돌아오는 환자 민원은 한의과 의료기관이 모두 겪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의과를 향한 정부 규제와 한의계의 주장과 반발 모두 8년 전 의료계가 거쳤던 일들이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계의 움직임과 주장은 이미 의과에서도 해봤던 내용들"이라며 "의과는 교통사고 경증 환자 진료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의과는 그렇게 됐을 때 다른 돌파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의과와 다른점이다. 실손보험도 되지 않고, 그렇다고 산재 환자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애가 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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