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네의원은 자동차보험 환자에게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급병실'에 입원토록 하고 입원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할 예정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상급병실 입원은 치료 목적이어야만 하고 '병실 사정'이라는 예외적 상황은 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 달 5일까지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급증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상급병실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공급자 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의견을 조율한 바 있다.
국토부가 공개한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상급병실 입원료를 '병실 사정'으로 부득이할 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사항을 병원급 이상에만 적용토록 했다.
일반 병실이 없어 부득이하게 병원급 이상의 상급병실 및 2~3인실 사용 시 7일의 범위에서는 해당 병실의 입원료를 지급한다. 다만 7일을 초과했을 때 상급병실은 기본입원료만 지급하고 2~3인실 입원료는 건강보험에서 정한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차액만 지급한다.
또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가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때 의료기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험회사 등이 지급보증 중지를 통보하도록 했다. 자동차보험 입원 환자를 부득이하게 다른 의료기관에 진료 의뢰했을 때는 진료를 의뢰받은 기관에서 해당 진료내역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네의원은 병실이 부족해 상급병실에 입원시켰다며 상급병실 입원료를 청구할 수 없게 된 것.
의료법상 10병상 미만 의원은 모든 병상을 '상급병실'로 운영해도 무방하다. 이에 일부 의료기관이 '부득이하다', '병실 사정'이라는 예외적 이유를 활용해 상급병실료를 교통사고 환자에게 최저 3만원에서 최고 40만원까지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토부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 개정안의 등장으로 심평원이 지난 4월 공개해 5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상급병실료 심사지침도 개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심평원은 일반병실이 없어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사용해야 할 때 일반병상 설치 의무를 부여한 후 동네의원도 상급병실 입원료 청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국토부 고시안은 병실 부족이라는 부득이한 사유 자체를 의원급은 달 수 없도록 하고 있으니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
상급병실 입원료 기준 강화는 경상 교통사고 환자에게 초호화 입원실을 마련해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한의원'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진료비 급증을 견인하는 곳이 한의과, 그중에서도 상급병실 입원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상급병실료를 청구하는 한의원은 2019년 1분기 36곳에서 지난해 1분기 193곳으로 늘었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소수 한의원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 기준 강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한 임원은 "국토부 고시가 확정되면 한의원을 포함한 의원급 입원실에서는 이제 병실 사정을 이유로 상급병실 입원료를 청구하던 것은 완전히 막히는 것"이라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인정될 때만 청구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의과 자보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막겠다고 정부가 첩약을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약침을 시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치료 도구에서 제한을 한다면 사력을 다해 막을 것"이라며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은 어느 정도 자정의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즉, 입원 환자에게 정당한 치료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편법으로 상급병실 입원료를 받는 행태는 한의협 차원에서도 거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사실 입원실을 운영하는 한의원은 전체 한의사에 비하는 극소수"라며 "대다수 한의사들은 상급병실료 청구를 편법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의원급 역시 상급병실료 청구 기준 강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의과 의원은 자보 환자를 위해 병실을 특실로만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정형외과 의원은 병실을 9개만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고시를 개정해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계는 경상환자 장기 치료 시 진단서를 의무적으로 발급받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진단서 의무 발급 조항은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사이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그런지 의료계와 일체의 논의가 없었던 부분"이라며 "4주라는 장벽이 생기는 만큼 환자가 선택적으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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