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최초 관광특구로 외국인 유동인구가 두드러지는 이태원은 특히 다양한 국적의 환자가 모이는 곳이다. 이곳은 어떤 의료기관이 개원하고 외국인 환자 진료를 위한 개원가는 어떤 형태일까.
메디칼타임즈가 19일 이태원역 개원가를 직접 찾아가보니 이태원로를 중심으로 10~15곳의 병·의원으로 구성돼있다. 이태원역 인근은 월 평균 50~60만 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 진료과 분포를 보면 치과가 5곳으로 가장 많았고 한의원 3곳, 내과 2곳, 피부과 2곳 정형외과 1곳 순이었다.
■유동인구 비해 규모 작은 개원가…보건소도 인접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태원이 개원입지로서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유동인구에서 관광객 비중이 커 바로 병·의원 수요로 이어지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의류 브랜드나 음식점, 카페 등에서 입점 문의가 많아 개원기회가 적은 것도 어려움으로 꼽았다. 기존에 술집, 음식점, 카페 등으로 운영되던 매물이 많아 의원으로 용도를 변경하는데 드는 인테리어 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용산구 보건소가 10분 거리에 있는 것도 난점이다.
개원에 적합한 40~50평 대 매물의 가격도 보증금 5000만~1억 원 대에 월세는 300~500만 원으로 저렴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부동산 관계자는 "개원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추천할 정도의 입지는 아니다. 차라리 주택 위주인 보광동이 개원입지로는 더 적합할 것"이라며 "다만 오랫동안 운영 중인 의원이 몇 곳 있어 환자 수요가 아주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태원역 인근 한 의원을 방문한 결과 하루 40~5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민 위주였는데 외국인 비중은 20%정도였다.
■외국인 환자 많은 이태원…운영 방식 어떻게 다른가
외국인 환자가 많다 보니 이태원역 인근 의원은 일반적인 의원과 운영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간판이나 의원 내부 안내사항 등을 외국어로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예 외국인 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원도 있었다.
인근 의원들을 취재한 결과 같은 외국인 환자라고 해도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노동자 환자와 주재원 환자로 구분되는데 여기서도 국민건강보험 대상 환자와 미가입 환자가 또 나뉜다.
가입 환자는 진료 시 내국인 환자와 차이가 없다. 미가입 환자는 모든 진료비를 환자가 내야 해 개인보험이 지불 보증하거나 환자가 모든 비용을 수납한 뒤 추후 보험사를 통해 돌려받는 식으로 청구가 이뤄진다. 급여 진료여도 비급여처럼 실손보험 등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재원 환자는 회사가 국민건강보험을 가입해주는 경우가 많고 일반 노동자 환자는 개인보험을 통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와 관련 인근 의원 원장은 "같은 외국인 환자라고 해도 차이가 있고 의원에 따라 내원하는 환자 층이 다르다"며 "본원의 경우 외국인 환자가 많이 오기는 하지만 내국인 환자 비중이 더 큰데 아예 외국인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의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 비영어권 환자가 많은 것도 개원 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인근에서 오랜 기간 운영한 의원은 노하우가 있어 외국인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없지만 신규 개원 시 다국어 가능자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유의점도 있다. 내국인 환자를 대하는 방식으로 진료해선 환자를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 필요 이상의 친밀감을 표출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어 보다 매너를 중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환자들은 데이터를 중시해 검사 없는 처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일례로 감기 진료 시 내국인 환자는 진료와 처방이 비교적 간단한 반면 외국인 환자는 어떤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에 걸렸고 처방할 의약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도 설명해줘야 한다. 나라에 따라 의약품 제품명이나 성분이 달라지는 것도 영향이 있다.
자국에서 받던 치료 방식과 우리나라 방식과 다른 경우도 많아 환자의 요구에 따라 진료 방식을 달리 디자인해야 하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외국인 커뮤니티 통한 유입 많아…고정적 수요 기대
마케팅 방식도 일반적인 의원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의원은 포털사이트나 지하철역, 바이럴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방식으론 외국인 환자를 유입 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커뮤니티가 있어 이를 통해 여러 국내 정보가 오고 가는데 여기서 외국인 환자가 이용하기 좋은 병·의원이라는 입소문이 생기면 외부에서도 환자가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주재원 환자의 경우 임기가 끝난 뒤 후임자에게 본인이 이용하던 병·의원을 추천해주는 경우가 많아 수요가 고정적인 것도 특징이다.
이와 관련 주재원 환자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한 의원 원장은 "외국인 환자가 광고를 보고 의원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본원 역시 마케팅을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진료의 질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외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환자가 유입된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환자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진료의 종료를 사전에 알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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