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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우울증 환자 거부 여전…보다 못한 의사들 팔 걷어

발행날짜: 2022-08-26 05:30:00

불안한 환자들, 보험 대상임에도 자비 부담하거나 진료 포기
의사들 "인권위 권고로 압박 근거 마련" 문제해결 나서

보험사가 우울증 치료 기록이 있는 환자의 가입(인수)을 거부함에 따라 환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계속되자 의료계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가 우울증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진료비와 처방비용을 100% 본인 부담하거나 아예 진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가 보험사 우울증 인수거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A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는 "국민건강보험 대상자지만 끝까지 보험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환자가 있다"며 "보험이 없으면 본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우울증 진료기록이 남는 것을 더 두려워해 수개월 째 본인부담으로 진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손보험을 갱신·가입하는 과정에서 보험사 측의 문제 제기로 기존에 진행 중이던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한 환자가 갑자기 치료를 중단한 적이 있는데 1년 뒤 증상이 악화한 상태로 다시 내원한 적이 있다"며 "왜 치료를 중단했냐고 물으니 보험사가 우울증 진료기록이 있어 갱신 시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을 통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 사례도 있다"며 "내원하기 전 지인에게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고 말하니 지인이 절대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보험 청구를 안 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우울증 치료를 문제시하는 보험사의 행태가 환자들의 인식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우울증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중 보험사의 인수거절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본다"며 "우울증 증상이 있어 치료를 제안하면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냐며 기분 나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를 시작해도 1~2주 뒤 우울증 진료기록이 있으면 보험 갱신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갑자기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며 "결국 이 같은 인식이 적절한 치료를 막고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보험사의 우울증 환자 차별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존에 우울증 환자는 보험금 청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5년 금융위원회 시행령 개정으로 보장 범위가 확대되자 가입단계에서 이를 차단하는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와 보험업계에 수차례 인수거절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민간기업인 보험사의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번번이 가로막힌 실정이다.

이와 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조근호 정책이사는 "보험사의 우울증 가입 거절 문제는 오랫동안 묵혀진 문제"라며 "보험사 측에서 리스크를 감당해 주길 바라는 것이 복지부와 본회 입장이지만 위험성이 많은 가입자를 조심하자는 것이 그쪽의 시각이어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험업계에 보험인수기준을 보완하라고 권고한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정신과 약물 복용을 이유로 실손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며 질환의 경중, 건강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조 정책이사는 "인권위 권고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우울증 환자를 위한 별도의 보험 항목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암·고혈압처럼 더 위험성이 높고 치료 기간이 긴 질환도 유병자 보험이 있다"며 "우울증 진료기록을 5년간 보는 보험사도 있는데 과하다. 경증 정신질환은 치료 시 2~3년 안에 낫는 만큼 증상의 호전세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도 인권위 권고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울증은 완치 가능한 질환이 됐는데도 불필요한 관행으로 환자가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정승진 공보이사는 "우울증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인데도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기회를 놓쳐 증상이 악화에 악화를 거듭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울증보다 치사율, 치료비용이 높은 질환도 갱신이 되는 상황에서 우울증만 거절당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업계가 인권위 권고를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국가 단위에서 보험사의 인수거절 문제를 압박할 근거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다"며 "본회 차원에서도 다른 의사회나 유관단체와 협력하는 등 관련 문제 해결에 나설 방안이 있을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문제의식을 함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내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라면 현황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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