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치료센터 운영에 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이후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어른의 입모양을 보지 못해 아이들의 언어 발달이 느리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주변에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는 아이들이 참 많은 듯하다.
여러 의료기관에서 경쟁적으로 “발달치료센터”를 개관하여, 요즘엔 신축 아파트가 많은 동네에는 항상 이런 치료센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언어치료(발달치료)와 관련하여 반드시 짚어봐야 할 몇 가지 법률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치료 자격의 논란
사실 언어치료의 자격 문제는 처음 자문의뢰를 받았을 때부터 의문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 같은 경우에는 의사가 직접 시술을 하거나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물리치료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유권해석이나 판례를 통해 확인되었고, 물리치료사가 사실상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이 직접 세운 치료계획 하에 도수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실무적으로 어느 정도는 눈감아주고 있으며, 다만 아예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도수치료를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지양해야 한다.
이를 언어치료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언어치료 또한 의료행위이므로 당연히 의사가 직접 하거나, 의료기사에 해당하는 “작업치료사”가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 라는 국가공인 자격증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의료기사인 작업치료사가 아닌 언어재활사를 고용하여 언어치료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치료 과정에서 의사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일부 보험사 기타 단체에서는 이를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라고 호도하고 있는데, 꽤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심평원에서 공개하는 행위정의에 따르면, 비급여 언어치료(MZ006)는 언어치료사에 의해 행해지는 전문작업이라고 표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부산지방법원 2016가합52**9 판결 등에서, 언어치료사(언어재활사)에 의한 언어치료가 비자격사에 의한 임의비급여하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바 있다. 따라서 현재의 치료 방식이 “불법” 임의비급여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주장에는 조금 무리수가 있는 듯 하다.
다만, 아직까지 명백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보험사들은 이를 임의비급여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니, 가급적 의사의 지시·감독하에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
(언어재활사는 장애인복지법상의 개념으로, 장애인복지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한다(장애인복지법 제71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사설기관, 복지관, 대학부설기관, 병원 등에 언어치료실이 개설되어 있으며 그 대상은 학령전기 영유아부터 노년기의 언어장애인까지를 포함한다고 한다. 그 정식 명칭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언어치료사”, “언어재활사” 용어에 혼선이 있다.)
비의료인과의 동업 문제
또 하나의 문제는 언어치료를 주로 비의료인들이 전담하여 하다보니 수익 배분 등에 있어서 의료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작업치료사 등을 직원으로 고용하여 급여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발달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사실 많은 케이스에서 센터의 운영을 비의료인에게 맡기다시피 해버리고 그 수익을 병원장과 센터장에 나누어 가지고 있다. 이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동업에 해당하여 의료법 제33조에 위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우리 사무실에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케이스에서 비의료인들이 병원과 협업하며 센터 운영을 해보겠다는 질의가 많은데, 누군가 제보를 한다면 사무장병원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경계선에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도수치료 등과 관련하여 많은 판례가 집적되어 있으니 반드시 판례들을 확인을 해봐야 하고 운영 방식에 관해 변호사의 조언도 구해 볼 것을 권고한다.
진단(치료 적응증)의 문제
발달치료의 영역은 정신질환인 F코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종종 특정 환자의 증상이 정신질환에 해당하는 자폐성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이라는 이유 등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고, “특정 구음장애”에 해당한다거나, 과잉치료 등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 동안 시행했던 각종 검사 결과, 치료에 따른 경과 등이 주요한 증거로 활용되므로, 언어 평가·진단보고서, 기타 각종 검사결과지 등을 꼼꼼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파견의 문제 등
치료사가 필요한 병원에 그 때 그 때 필요한 자격사를 파견해 준다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의료인 및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는 법률에서 명백히 파견을 금지하고 있는 직종이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따라서 의사나 물리치료사를 파견하는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법령 검토 후 사업을 즉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그 밖의 인력들의 경우에는 파견법에 따라 가능한 직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무 직종이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언어치료사는 파견이 가능한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치료를 담당하는 자가 외부 법인 소속이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이 부분 또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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