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기망한 사기죄에다 거짓 또는 과장광고,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 한 명의 한의사가 행한 범죄 목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양경승)는 지난 10일 S한방병원 S원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며 법정구속을 명령했다. S한방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P대표이사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S원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P대표이사에게는 무죄를 판단했던 원심 판단을 뒤집은 결과다. 또다른 한의사 K씨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 판결을 유지하며 K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들 세 사람은 2심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 상고를 제기,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됐다.
2심 법원은 S원장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했는데 판결문을 통해 S원장과 K씨는 환자를 기망했다고 '넉넉하게' 인정된다고까지 표현했다.
S한방병원은 S의원에서 2013년 '한방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산삼약침, 면역약침, 동충하초 약침을 정맥주사했다.
2심 법원 역시 산삼약침의 효능도 효능이지만 한의사가 약침을 정맥주사하는 행위 자체가 한의사 면허 범위 밖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한의사가 산삼약침을 정맥주사 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고 급여나 비급여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저목해 적은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의료기술로 2001년 급여가 됐다가 2006년 비급여로 전환됐다.
S한방병원의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주사기로 혈맥인 정맥에 일정량씩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입해 암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일부 한의학 대학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경 이후에는 대부분 한의사가 실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부정하는 주장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라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바 없고 건강보험에서 급여나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로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전통적 한의학에서 인정돼 왔던 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며 "한의사의 면허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2011년 4월,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정맥에 약물을 투입하는 혈맥약침술은 한의사 면허범위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법원은 S한방병원 측이 산삼약침 효능의 긍정적인 것만 집중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한 것도 '기망'이었다고 판단했다.
S원장과 K씨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을 상담실장, 총괄실장 등으로 임용해 이들이 환자를 먼저 상담하고 홈페이지 게시 자료와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것만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등 절박한 상태에 있는 말기암 환자가 현혹돼 산삼약침을 맞도록 유도하도록 한 것.
이에 S한방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P대표이사는 병의원 직원을 여러개 팀으로 만들어 직원회의나 교육 등을 통해 매출을 독려했다. 환자 상담 후 진료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퇴원하는 환자 비율을 직원별로 통계내 실적이 좋은 직원이나 팀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했다. 반대로 실적인 좋지 않은 사람은 감봉, 견책(질책)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가하거나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퇴직하게 했다. 상업적인 방식으로 병의원을 운영토록 한 것이다.
재판부는 "10년 전부터 대한약침학회나 대한암한의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산삼약침에 대한 긍정적 보고와 연구 논문 등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성분의 종류나 명칭 등 자세한 내용이 연구돼 규명된 바가 없다"라며 "현대의학적으로도 산삼약침 성분 추출이 쉽지않고 암 환자에 대한 효능도 아직 만족할만한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침액이나 시술비의 합리적 산정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고 산삼이 고가이기 때문에 S약침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고만 말했다"라며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해보려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압박하고 미리 돈을 받아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막연히 산삼이나 인상이 인체에 유익할 것이라고 믿는 일반인을 상대로 그것을 강조하고 확신하게 하는 방법으로 산삼약침애 시술을 받도록 유도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실제 판결문에 등장한 2명의 말기암 환자 중 한 사람은 한 달에 한번씩 세 차례에 걸쳐 2376만원을 미리 냈고, 또다른 환자는 주사 두 번의 비용 1880만원을 진료받기 전에 지급했다.
재판부는 "산삼약침 제조 당사자 외에는 원가를 알 수 없고 효능 역시 외부인으로서는 좋은 원재료가 사용됐는지 아기 쉽지 않다"라며 "일부 한의사는 산삼약침 1회 시술에 10만원, 1주일에 3회 투여 시 월 120만원을 받기도 하는데 S한방병원 비용은 매우 고가"라고 했다.
이어 "S한방병원 측은 환자 상담과정이나 진료계약 체결 과정에서 산삼약침액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음에도 들어있다고 말했다"라며 "CT 촬영 결과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에도 반대로 말하거나 내용을 과장하건, 알려줄 의무가 있는 내용을 묵비,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기망했다고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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