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에서 면역치료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하지만 면역치료와 T세포치료제를 병용하는 요법은 아직 시도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국립암센터 이근석 교수가 추진할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계획.
메디칼타임즈는 보건복지부 주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사업'을 1순위로 선정한 임상연구였던 유방암 환자에게 면역치료제와 동시에 T세포치료제를 투여하는 새로운 암치료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공식적인 연구 주제는 '유방암에서 수술전 항암요법과 자가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 세포 병합투여 유효성 및 안전성 임상연구'.
■T세포 치료제에 주목
최근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으로 암 정복을 이룬 듯 하지만 암은 여전히 국내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30년째 유방암 치료를 해온 이근석 교수가 여전히 또 다른 치료법을 연구하는 이유다. 지금껏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를 진행해왔지만 치료 도중 사망에 이르는 환자를 지켜봐야하는 의사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이 교수의 임상연구의 핵심은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 세포치료제. 이는 T세포를 이용한 항암면역세포치료제로서 세포독성 T세포와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CIK)로 구성,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체외 배양해 제조한다.
일단 표준치료인 항암요법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CIK를 함께 투여해 치료효과를 얼마나 높이는 지 확인하는 게 이번 임상연구의 목표다.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항암요법(8회)에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채취한 CIK를 투여하면 항암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가 설계한 연구다.
그는 항암요법에 CIK 병합요법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고가 시장이 형성돼 있는 면역항암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CIK세포의 항암표과는 LAK세포보다 강력한 것으로 밝혀진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를 항암요법과 병행했을 때 그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죠. 이를 제가 주로 치료하는 유방암 환자 선행요법 단계에서 도입해 그 효과를 입증해보고 싶어요."
현재 면역항암제는 고가인데다 부작용 이슈가 있지만, CIK세포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해 배양한 것으로 부작용이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일단 6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평가위원회를 거치고 임상시험 지속여부 승인을 받은 후 1단계에서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한 결과 6명 이상 완전관해가 확인되면 2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후 2단계에서도 25명의 환자를 추가 등로곃 18명 이상 환자에게 완전관해가 확인되면 임상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 첨단재생의료 첫 번째 선정 연구과제, 왜 시작 못했나?
해당 연구는 복지부 첨단재새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에서 첫번째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 현재까지 시작하지 못했다.
왜 일까.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를 통해 진행하는 치료제는 무상으로 환자에게 제공한다. 즉, 사이토카인 유도살해 세포치료제는 무상으로 투여한다. 하지만 표준 항암요법에서 항암제까지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는 일.
이 교수는 표준 항암요법에서 항암제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암 환자에게 항암요법을 투여했을 때 단순히 항암제 투입 이외에 추가적인 입원 등 변수가 워낙 많은 데 이를 임상 연구 예산으로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병용요법으로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이를 구분하는데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항암요법에 대해선 별도로 급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그가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
이 교수가 임상연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암환자가 안타깝지만 최근 유방암 환자 상당수는 젊은 여성 비중이 높아요. 대부분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이죠.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환자를 볼 때면 어떻게 해서든 암을 극복할 방법을 찾고 싶어지죠."
그는 몇년 전 항암 중 20대 여성환자가 남기고 떠난 그림만 보면 가슴이 아프다. 환자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그의 어머니가 "그동안 고마웠다"면서 딸의 그림을 이 교수에게 전해왔다.
면역·표적 항암제 등 고가 항암제가 쏟아지고 암 정복이 멀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교수에겐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특히 최근 면역항암제의 발전으로 치료효과가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비용은 비싸고 부작용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13.7%, 갑상선기능항진증 4.6% 등으로 평생 약제를 복용해야 하고 일부는 자가면역성 뇌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항암화학요법에 부작용이 없는 CIK치료제를 병용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찾는 데 매달리게 된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 T세포 활성을 더 증가시켜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면역학암제와 복합요법도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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