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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별수가 개편 요구 나선 공단 노조…대안은 총액계약제

발행날짜: 2023-03-15 12:47:57

건보공단 노조, 국회 토론회 열고 지불제도 개편 여론 조성
"정부 재정 중립 의지 중요…공급자 저항 겁먹지 말아야"

보건의료 노동계가 진료량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행위별수가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그 대안으로 혼합진료 금지부터 총액계약제까지 의료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혼합진료 금지와 총액계약제가 중점적으로 등장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남인숙·한정애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정책연구원은 자체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연구책임자 김준현)를 추진,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정형선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비 상승과 보험료 인상은 의사인력 부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문제부터 짚었다. 정 교수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의대정원이 축소됐고 이는 의사 모시기 경쟁으로 이어져 의사 몸값이 상승하고 병원은 경영 압박을 느끼는 상황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병원 경영 압박은 간호사 등 고용인력 임금 억제와 수가인상 요구로 드러나고 결국은 보호자 간병, 수술방 PA 등 의료의 질 저하, 건강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 증가의 악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공급자는 환산지수 인상률 2%가 적다고 호소하지만 수가의 다른 구성인 상대가치점수는 지난 20년간 그 이상, 복리수준으로 올랐다"라며 "현재 행위별수가제, 환산지수 구조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환산지수 인상률 자동산출 기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환산지수 계약을 할 때 상대가치점수 변화를 고려한 전체 수가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수가 증감은 정책 변화에 따른 수가 변화 부분을 고려하고, 진료량 증감은 환자단위 에피소드 증감과 에피소드당 행위량 증감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포괄수가제를 하든 행위별수가제를 하든 대만처럼 총액을 관리해야 한다. 상대가치점수는 그대로 두고 환산지수를 폐기한 후 매년 진짜 인상이 필요한 부분을 전문가 의견을 받아 전체 진료비 증가율 범위 내에서 올리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연구원 발주 연구를 수행한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비급여 목록을 정리하고 혼합진료 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갖고 간다면 성과 평가, 대안적 지불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급여와 비급여를 혼용하면 급여비용 일체를 불인정하는 혼합진료 금지를 시행하기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며 "단 제한적 의료기술과 같은 근거창출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급여처럼 일부 항목의 비급여 혼용은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지출부문 관리에 주안점을 둔 정책기조"라며 "지출부문 통제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방점을 두고 추진, 실제적인 추진 전략이 담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민 및 이해당사자에게 정부 실행 의지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남인숙·한정애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계 "정부, 공급자 카르텔은 왜 안 건드리나"

보건의료 노동계도 수십년을 이어온 행위별수가제를 하루 아침에 뒤엎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했다. 대신 '재정 중립적' 관점을 갖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문하며 공급자 단체 눈치보기를 그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이정훈 정책국장은 "정부가 재정중립 관점을 확실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라며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연동해 재정중립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등 다양한 지불제도를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고 잘 설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불제도 전면개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정부는 노조가 기득권이라고 하는데 공급자의 상당한 카르텔과 기득권 체제를 왜 건드리지 않는지 의문이다. 공급자까지 불러서 논의를 시작하면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 중심으로 정부와 국회가 논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정성을 계속 강조하는데 하루빨리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 외에도 공급자 단체가 '기득권'이라는 시각은 토론회에서 지배적이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공급자에 대한 선제적 두려움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라며 "의료계 저항을 미리 예상해 겁부터 먼저 먹고 개혁자체를 차일피일 미뤄와 현재는 행위별수가제가 금과옥조처럼 돼 버렸다. 여기에 의료산업화 세력을 토대로 행위별수가제가 유지되고 있는 측면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 역시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도입을 주장하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병의원에 손실보상을 덩어리로 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병원단위로 연간 진료량과 수입을 예상해 계약하는 총액계약제 도입이 어렵지 않다"라며 "총액계약 병원에는 행위별수가제 하의 심사평가 등 비용을 전환해 보상을 넉넉히 해주고, 지연보건사업이나 비급여 진료가 없어 환자의 직접 의료비 부담이 현격히 줄어든 것들에 대한 장점을 홍보하고 우군을 확보할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급 입원진료에서는 외상, 응급, 투석, 소아, 분만 등은 총액으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의료공급자의 저항과 의료산업계의 투기 욕망은 심각한 저해요인이다. 지불제도 개편과 국민직접 의료비 절감, 적정진료 및 필수의료 살리기를 패키지로 의제화하고 선거공약이나 핵심 정책공약화 할 수 있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혁신과장은 "9월에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세울 예정인데 여기에 보장성 강화 내용을 담도록 돼 있다. 지불보상제도뿐만 아니라 가격결정체계도 손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상대가치점수, 환산지수도 종합계획을 세우면서 담겠다. 올해는 보건의료발전계획, 건강보험종합계획 등 개혁 이슈를 전반적으로 논의해 중요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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