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지출보고서 실태조사에 들어가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요구하는 내용이 지나치게 방대한데다 민감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정리해야 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 시범케이스가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2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기 기업들을 대상으로 오는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지출보고서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2018년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라 지출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된 후 이뤄지는 첫번째 실태조사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기업들은 지난 2018년부터 의사 등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즉 학술대회나 연구 지원, 제품 설명회, 견본품, 시판후 조사, 식사 등에 대한 내역을 모두 정리해 보고해야 한다.
이렇듯 지출보고서 의무화 이후 첫 실태조사가 가시화되면서 의료기기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A사 임원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정말 막막한 상황"이라며 "일정 부분 정리는 해둔 상태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말이 정리지 내용이 너무 방대한데다 이것까지 보고해야 하는지 하는 애매한 부분들도 존재한다"며 "혹시 누락했다가 시범케이스로 처분을 받을까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상당수 의료기기 기업들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들이 워낙 방대한데다 민감한 개인 정보 등도 많다는 점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
더욱이 복지부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11월까지 내부 분석한 뒤 12월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하겠다는 방침에 있다는 점에서 혹여 의료인이나 병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하는 표정이 관측되고 있다.
국내 B사 임원은 "그나마 학회 지원 등이야 부담없이 처리할 수 있는데 임상시험이나 연구 등에 들어간 비용은 참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특정 교수에 대한 개인정보와 비용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에서 혹여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잘못하면 이러한 비용 지출을 토대로 대외비로 진행하고 있는 임상시험이나 연구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혹여 일부 교수들이 이름과 소속, 비용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가며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다수 의료기기 기업들이 같은 문제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회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셈.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방대한 자료 제출과 개인정보 노출 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기업들이 어느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정 부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또한 이러한 기업들의 고민들을 정부측에 전달해 절충된 안을 마련하는데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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