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과 달러 환율 상승으로 의료기기 구매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들의 부담이 커지며 구매 수요가 줄어들자 의료기기 기업들의 전략도 다변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기사들을 중심으로 마케팅과 판매 전략을 수정하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급여정책의 급격한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1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마케팅 및 판매 전략 수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A기업 임원은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시장 런칭이 예고됐던 하이엔드 기기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 대폭 수정됐다"며 "일단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을 잠정 보류하고 유럽 국가 저변을 넓히는 것이 골자"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본사 차원에서 금리 인상과 고달러로 국내 구매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판단한 듯 하다"며 "한국 법인에 대한 투자와 전략도 매우 축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A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세계 정세는 물론 국내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형 의료기기의 경우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장기적인 금융 상품을 활용해 할부나 리스 형식으로 기기를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1~3%에 불과하던 이자율이 6%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 상황.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B기업 임원은 "한국의 경우 하이엔드 기기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이에 맞춰 기기 변경 주기도 짧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든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요한 공략 대상"이라며 "하지만 보험제도 등으로 현금 유보율이 매우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금융 상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치료재료나 소모품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목돈이 투입되는 대형 의료기기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최근 정부가 초음파와 MRI 등에 대한 급여 기준을 대폭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등 급격하게 정책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결국 기기 수요가 환자수와 검사 건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금리인상과 더불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기기 구입에 대한 계약을 변경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토로다.
글로벌 C기업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총 5개 기기 도입이 거의 확정적이었는데 일단 2대만 들어가고 3대는 다시 계약 조건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우리로써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새 병원 건립과 증축 이슈가 많아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고 수주 경쟁을 예상했는데 상황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은 듯 하다"며 "상황에 따라 한국에 배정된 물량을 재배치 하는 것도 검토중인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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