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불면증 치료를 위한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가 승인되면서 '디지털 치료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임상 대기중이거나 진행중인 디지털 치료기기가 20여개에 달한다는 점, 디지털치료학회가 창립됐다는 점에서 디지털 치료 시대 개막은 기대감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의학회 학술대회의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치료기기, 웨어러블, AI을 주제로 한 세션의 증가다. 이는 디지털 치료기기 역시 근거중심의학의 검증 대상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기대감을 갖는 것은 그간 처방 투약의 프로세스, 즉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진단 및 처방, 약국 방문, 약 조제, 약품 수령, 투약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디지털 치료기기는 진단과 처방까지는 같을 수 있지만 환자가 직접 기기를 다운로드하고 치료에 대한 적극성에 따라 임상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적극적인 개입 여부는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이는 곧 리얼월드데이터의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적극적인 처방과 활용은 어떤 수가 모델을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와 학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 신설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기존 약가 시스템과는 다른 지점들이 많아 빠른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의 약물을 기준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기준을 적용할지, 개발비 원가를 어떻게 책정할지 문제가 남아있고 급여 기준 신설 이후에도 사용량에 따른 급여 기준 축소/확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물리적인 생산, 유통, 소비가 필요한 약제와 달리 일단 개발 이후엔 손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생산, 유통, 소비에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의학계와 업계 모두 당분간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중물'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필요(수요)에 의해 공급이 생성되기도 하지만 공급이 신시장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좋은 예다. 혁신으로 똘똘 뭉친 신개념의 폰은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어플리케이션 생태계 및 스마트폰이라는 신시장을 창출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이제 막 태동 단계다. 신개념의 공급, 적용, 활용을 위한 마중물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상품성을 좌우할 생명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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