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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강국 지적재산권 보호가 먼저다

발행날짜: 2023-07-03 05:00:00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지적재산권. 말 그대로 특허부터 상표 등의 배타적 권리를 통칭하는 명칭으로 특허법과 상표법,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보호되는 말 그대로 '지식'에 대한 권한이다.

기술과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업의 원천이자 핵심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고 지켜야 하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없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보호막을 세우지만 스스로 세운 보호막은 한없이 약하다. 자본에 의해, 법률상 허점에 의해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일이 예사다.

최근 한 대기업과 헬스케어 스타트업간에 일어난 다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기술 제휴 등의 이유로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스타트업보다 한발 앞서 매우 유사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물론 이들의 계약과 속사정을 깊숙히 알 수 없겠지만 논란의 여지는 충분했고 결국 난타전이 벌어진 끝에 그 대기업이 제품을 포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 스타트업 CEO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로펌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스타트업들의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협업에 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케어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은 더 큰 부담도 가지고 있다. 자본도 자본이지만 '의료'와 관련된 특성상 의료인, 의료기관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속칭 말하는 갑질도 주로 여기서 발생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봐야 임상을 거치지 않으면 시장에 나올 수 없는 것이 이 업종의 특징이다. 또한 이 임상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곧 사용자다.

이를 빌미로 물건 납품을 지시하고 어음을 돌려가며 4~5년을 버티는 것은 이미 예사다.

이미 다른 병원에 유가로 납품하고 있는 제품을 임상과 연구 등의 목적으로 공짜로 세팅해 달라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판매처가 정해진 파이에서 장사를 하는데 구매자가 너도나도 공짜로 달라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아예 특허 서류 일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여타 다른 장비와의 호환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삼는다고 한다.

특허 서류 일체는 그 기업의 핵심 기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사실상 그 기업의 목숨줄을 맡기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진정한 갑질인 셈이다. 게다가 그 병원은 교수 창업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서 말했듯 지나치게 폐쇄적인 의료 환경 때문이다.

감히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대형병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혹여 갑질을 당했더라도 그 병원 출신이 지배하는 시장에 반기를 드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갑질이 횡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언제든 신고하세요', '군대 폭력 신고하세요'라고 수십년간 외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헬스케어 강국을 꿈꾼다면 그 부조리의 끈부터 끊어내야 한다. 지적재산권의 규율도 중요하지만 보호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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