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 '순증' 가능성도 시사했다.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2차 건강보험 종합 계획에는 행위별수가제에 치우쳐 있는 지불 제도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 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2차 건강보험 종합 계획 추진 방향을 비롯해 건강보험 재정 관련 의료 현안에 소신을 이야기했다.
복지부는 현재 5년 주기의 중장기 건강보험 구조개혁을 위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추진단을 꾸리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국장은 "인구 고령화 등 변화하는 여러가지 보건의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며 중증질환을 포함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라며 "행위별수가가 대부분인 지불 방식도 건강보험 중장기 구조개혁 방안에 담을 예정이다. 보건의료 전체적인 문제인 병상관리, 의료전달체계도 결국에는 건보 재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안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비급여 관리, 적정 건강보험료율과 국고지원율을 매칭한 수익구조, 재정 투명화 등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건강보험 재정 관련 현안을 총망라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한 축인 지불제도 다양화는 복지부가 특히나 신경 쓰고 있는 부분. 6일에는 복지부 주도로 지불제도 방식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나누기 위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지불제도는 행위별수가제를 기본으로 포괄수가제, 신포괄수가제, 일당정액제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지불제도 방식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정 국장은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행위량이 줄어들면 총액이 줄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새로운 지불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괄 사후보상, 네트워크 보상 등 새로운 지불제도를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 보상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게 하나의 예가 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국 9개 어린이병원을 대상으로 중증 소아 전문진료 기반 강화를 위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중증 소아진료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사업이다. 사업 참여 기관은 성과평가를 통해 중증 소아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적 손실을 최대한 보상받는 식이다.
환산지수 쪼개기, 지불제도 방식 다양화 일환?
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한 '환산지수 쪼개기를 통한 수가 차별화' 역시 지불제도 다양화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복지부는 수가협상이 결렬된 동네의원과 약국의 최종 수가를 결정하면서 의원 유형에서 특정 영역의 환산지수에 차이를 두기로 했다. 그동안 수가를 구성하는 요소인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해 수가를 차별화했다면 나머지 요소인 환산지수도 행위별로 차이를 둘 수 있다는 원칙을 새롭게 만든 것.
이는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결의를 반영한 결과다. 재정위는 지난달 1일 수가협상 결과를 심의, 의결하면서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 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 진료비 조정에 활용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정윤순 국장은 "같은 재원이라도 가능하면 더 필요한 부분에 쓰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올해는 의원 유형만 대상으로 행위별 환산지수 차등을 적용하려고 한다. 올해 말까지는 확정 해야 하기에 건정심에서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재정위에서 부대결의로 내년에는 수가협상에서 행위유형별 수가 조정을 주문했기 때문에 병원급에도 적용하지 않을까 한다"라며 "중증‧필수의료 쪽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병의원과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가 거듭 주장하고 있는 SGR 모형 폐기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정 국장은 "올해는 협상 과정에서 SGR 모형 이외에도 다양한 모형을 반영해 수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SGR 모형이 나름 우선순위를 정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SGR 무용론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다. 그 이상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폐기부터 하기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종별가산 폐지 담긴 3차 상대가치개편 3분기안에 보고
의료계의 또 다른 관심사인 3차 상대가치 개편 일정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7월까지 개편을 하기로 공언해 왔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3분기 안에는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건정심에 보고할 예정이다.
정 국장은 "이미 공유된 것처럼 종별가산제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상대가치 개편이 들어갈 것"이라며 "의원급은 15%의 종별 가산을 없애고 이를 상대가치점수로 편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영향이 없다. 반면 검체 및 영상 분야 가산제도 정비하고 입원, 수술에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라서 병원급 이상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별가산제 폐지는 재정중립 하에서 하지만 앞서 정부가 발표했던 필수의료 지원대책이나 소아의료개선대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순증 개념으로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큰 틀에서는 재정 중립을 넘어서는 재원 투입이 될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국장은 정부가 발표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과는 별개로 '필수의료' 역시 현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재정 순증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고 실제로 순증도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재정 중립이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쓰겠다는 것"이라며 "순증을 하더라도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장과 소통하고 보완하면서 추가적으로 대책이 필요한 부분은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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