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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폐암신약 렉라자 무상공급하는 진짜 이유?

발행날짜: 2023-07-12 05:40:00 업데이트: 2023-07-12 09:10:49

국내 24개 임상 중 1차 치료 연구목적 임상에 무상공급
공정경쟁규약 논란 속 사회공헌 필요성 강조 '정면돌파'

유한양행이 지난 3월 렉라자(레이저티닙)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시부터 계획했던 무상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 EAP) 도입을 공식화했다.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EAP를 도입,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 무상으로 렉라자를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7월부터 연구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라면 급여 적용 전까지 렉라자를 무상으로 공급받게 되는 셈이다.

유한양행 렉라자 허가 및 급여 적용 일지.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임상현장에서 렉라자를 활용해 총 24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중 EAP가 적용되는 사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2차 치료 제외하고 폐암 1차 치료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다. EAP는 각 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일로부터 렉라자의 급여 기준 확대 시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연구자 주도 임상을 꼽는다면 'ABLATE 연구'를 꼽을 수 있다.

해당 연구는 '동시적 소수 전이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와 '렉라자+방사선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하는 연구다.

최근 68명의 환자 모집 완료, 본격적인 분석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연세암병원 임선민 교수(종양내과)는 "EAP가 적용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제에 대한 약값 부담이 전혀 없다. 현재 환자모집이 끝나 분석에 들어가는 단계로, 대상 환자의 경우 전이 병변이 5개 이하인 환자"라며 "방사선 치료 요법이 가능한 환자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변이가 크지 않은 환자가 대상인데, 1차 치료로 렉라자와 '렉라자+방사선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렉라자를 활용해 치료를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성으로 병이 진행된 수 있다. 이를 충분히 늦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설계됐다"며 "렉라자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이 20.6개월 정도인데,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경우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확인하는 연구다. 렉라자 1차 치료에 따라 연구자 주도로 진행되는 임상으로 항암요법연구회와 협의해 다기관 연구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환원 동시에 임상정보 축적 '두 마리 토끼'

그렇다면 유한양행이 무상공급이라는 '통 큰' 결정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거두절미하고 '국산 신약'으로서 개발된 만큼 회사 사회공헌 차원에서 건강보험 급여 확대 이전까지라도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 또한 '사회환원'에 의미에서 EAP 도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는데, 속깊이 들여다보면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을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 적용 없이 비급여로 렉라자를 복용할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연간 7000만원, 임상 결과로 확인된 무진행 생존기간(PFS) 20.6개월까지는 약 1억 2000만원이다. 유한양행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건강보험 급여 확대 전까지 해당 비용만이라도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미다.

유한양행 김열홍 R&D 사장(종양내과)은 "2차 치료 적응증 추가 시에는 빠르게 급여가 결정나면서 EAP 적용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며 "건강보험 적용된다면 환자들이 적은 부담으로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지만 비급여일 경우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 차원의 EAP 적용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급여 적용 이전까지만이라도 높여 보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면서 환자 동의서를 작성한 뒤 공급하는 것"이라며 "동정적 사용이라는 의미다. CRO(임상시험수탁기관)과 협의해 EAP를 적용하는 것으로, 회사 차원으로는 CRO를 통해 약만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별도 예산 책정을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유한양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는 찬사와 함께 일반 오너제약사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1차 병용요법 효과를 확인하는 MARIPOSA 임상 3상 중간결과가 ESMO 2023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두번째 이유는 글로벌 신약을 표방하는 만큼 방대한 근거는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 확보에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협업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1차 병용요법 효과를 확인하는 MARIPOSA 임상 3상 중간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더해 1차 치료에서의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참고로 렉라자 1차 치료 활용과 동시에 글로벌 진출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MARIPOSA 임상 3상 중간발표는 오는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유한양행 주요 임원진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국산 신약개발에 의지를 보였던 만큼 렉라자가 국산 신약으로서의 글로벌 진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점에서 EAP 적용을 통한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 축적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는 경쟁품목인 타그리소에게 1차 치료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도 내심 깔린 것으로 외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LASER301 연구를 통해 임상적 잇점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의사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제대로 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무상공급을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는데, 경쟁품목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유인행위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지난 10일 무상공급 발표 간담회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며 자신감을 내보이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여러가지 전략과 전술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산 신약으로 현재 렉라자가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임상정보 축적은 필수적"이라며 "사회공헌과 동시에 1차 치료에서의 임상적 근거 확보를 확보함으로써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EAP를 애초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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