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티제파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사이에서 입지 찾기에 나선 것일까.
한미약품이 권리반환 아픔을 겪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맞춤 '비만약'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글로벌 비만 신약이 국내 상륙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너무 늦은 판단이라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GLP-1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로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해 매일 맞던 주사를 주 1회~월 1회까지 연장한 것이 특징이다.
2015년 사노피에 라이선스 아웃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사례로 손 꼽혔지만, 2020년 다시 권리가 반환돼 현재 한미약품이 권리를 갖고 있다.
ADA에서 공개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 4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앰플리튜드-M(AMPLITUDE-M)' 임상 결과에 따르면, 56주간 에페글레나타이드 4㎎, 6㎎ 투약군에서는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결국 한미약품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해왔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한국인의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비만 치료제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 노보 노디스크 '삭센다(리라글루티드)'·'위고비' 모두 GLP-1 계열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이 이뤄지다가 비만 치료 효능이 확인된 사례다.
여기에 최근 릴리는 GIP·GLP-1 이중작용제인 마운자로에 글루카곤 수용체를 덧붙인 GIP/GLP-1/글루카곤 수용체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 중인데, 임상 과정에서 최대 26kg 감량을 기록하면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국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서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글로벌 제약사 신약의 경우 초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러한 환자가 많지 않은 한국의 특성상 이 같은 감량 효과가 오히려 지나칠 수 있다. 감량 효과와 부작용 등을 고려한한국인 최적화 비만약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미약품 발표에 임상현장에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최근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전 세계 학계를 뒤흔든 GLP-1 신약들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너무 뒤늦은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임상 3상 종료 후 국내 출시까지 시간 상 너무 늦다는 평가다.
참고로 위고비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의 경우 국내 급여 절차를 진행 중이며, 동일한 적응증으로 마운자로가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을 바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해당 성분이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 국내에 상륙할 경우 비급여로 적용돼 처방을 위해선 고가의 비용이 뒤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하고 한국인 맞춤 비만약임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료제'로 시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국산 비만약인 만큼 치료제 '품절'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또 다른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도입된 GLP-1 주사제들 대부분이 전 세계적인 공급 문제로 인해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국산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면 상대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없을뿐더러 환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임원인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마운자로, 위고비 같은 약제들이 이미 출시를 저울질 하면서 치료제 가격을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며 "당장 출시한다면 상대적으로 가격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이제 임상 3상에 들어간다면 향후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격적인 부분에서 낮다면 경쟁력은 가질 수 있다"면서도 "비만 주사제 열풍을 불고 온 삭센다처럼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큰 성공을 거둔 뒤 출시된다면 시기상 너무 늦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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