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의대가 파행 운영으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방 의과대학들의 운영난 고충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고신의대 파행 운영의 핵심은 대학본부의 재정위기. 지방대학이 입학생을 채우지 못하자 등록금에 구멍이 발생한것. 여기에 의과대학마저 예기치 못한 학생들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재정난의 늪으로 빠져든 것이다.
지방대학이 입학생을 채우지 못하면서 등록금 자체가 감소, 그에 따른 재정위기에 내몰리면서 의과대학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고신의대 사례에서도 의대 교수들은 대학 본부와 결별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본부의 재정위기가 의과대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하지만 이제 의과대학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의대생들의 타 의과대학 이탈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
의대 교수들에 따르면 경쟁률이 치열한 의과대학은 학생 선발 당시에는 정원을 모두 채우지만 이후 재수 혹은 반수 등을 선택하면서 중도 탈락(자퇴 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빈자리가 늘어난 만큼 등록금에 구멍이 발생하기 시작한 셈이다.
부산의대 장철훈 학장은 "지방 의과대학에선 재수 및 반수를 통해 수도권 의과대학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꽤 있다"면서 "최근 몇년 새 이와 같은 사례가 지방의대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의대 학생들의 수도권 의대로 이탈이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나마 학생 정원이 100명 이상인 의과대학은 4~5명이 빠져나가도 버틸 수 있지만, 정원 자체가 40여명에 그치는 의과대학에서 4~5명이 빠져나가면 10%가 줄어들기 때문에 타격이 상당하다.
장 학장은 "의과대학은 등록금 예산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어 부속병원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부분이 상당하다"면서 "병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지만 등록금 예산이 줄어든 만큼 증액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지방의대에서 수도권 의과대학으로 이탈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방 의과대학 한 학장은 "의대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발전기금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의대학장의 역량으로 평가받게 됐다"면서 씁쓸함을 전했다.
대학병원에서 지원받는 예산은 정해진 상태에서 의대 등록금이 줄면서 이를 충당할 역량을 지닌 학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과대학 운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의과대학 졸업 후 교육 즉 GME교육에 소요되는 재정을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014년 기준, 연간 총 150억 달러 이상이며 이중 대부분은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지출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 이종태 소장(인제의대)은 "한국도 의과대학 교육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복지부, 교육부 정부부처를 떠나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환인 만큼 이는 일개 대학에서 맡을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 의대 교육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의대 학생들이 병원 실습과정을 예로 들며 대학병원에 실습학생을 교육시키려면 임상교수들이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의료환경은 여의치 못한 현실을 짚었다. 임상교수들이 진료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학생 실습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실정. 그럼에도 학생 실습을 진행하려면 의대교수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데 이에 대한 지원은 일절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철훈 학장 또한 "의대 국가고시 실습과정에서 의대교수를 투입하는 시간을 따져보니 총 7천 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의대교수에 대한 보상은 없다"면서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양질의 교육을 하려면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과거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버티면서 의대교육을 유지해왔던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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