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환자 혈액 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채혈 튜브 변경만으로 이를 해결한 획기적 방안이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아에게 사용하는 소용량 튜브를 성인에게 적용하는 것만으로 수혈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는 세계 첫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12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성인에 있어 표준 튜브와 소용량 튜브간 수혈 가능성을 비교한 대규모 대조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됐다(10.1001/jama.2023.20820).
현재 혈액량 감소와 감염 위험 관리 등으로 인해 환자 혈액 관리 방안(PBM)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헌혈 인구는 크게 줄어든 반면 수술 대상인 고령자들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PBM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해 수혈 적정성 평가 등을 진행하며 관리에 나선 상태다.
캐나다 오타와 의과대학 데보라 시걸(DEBORAH SIEGAL)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 착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등의 경우 하루에도 많게는 7~8번씩 채혈을 하며 혈액 손실을 겪으며 이로 인해 수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소아 등에서 활용하는 소용량 튜브를 주목했다. 현재 성인에게 활용하는 표준 채혈 튜브는 평균 4~6ml의 혈액을 채취하지만 실제 혈액검사에는 보통 0.5ml만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채혈된 혈액의 90%에 달하는 3.5ml에서 5.5ml의 혈액이 아무 의미없이 폐기된다는 점에서 만약 이 채혈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게 되면 수혈 가능성도 적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소용량 튜브가 표준 튜브에 비해 더 적은 진공 강도로 인해 약 50% 적은 혈액을 채취하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수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캐나다의 25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2만 230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튜브를 사용한 환자와 소용량 튜브로 채혈한 환자로 무작위 배정해 평균 5.5개월 동안 수혈 가능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소용량 튜브를 사용해도 혈액 검사의 내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활용만으로 적혈구 수혈량이 100명 당 9.84RBC(red blood cell, 적혈구 단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수혈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소용량 튜브를 사용한 것만으로 수혈을 받을 가능성이나 위험이 1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튜브를 사용하지 않고 소용량 튜브를 활용해도 혈액검사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며 수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데보라 시걸 교수는 "아무런 추가 비용이나 부작용 없이 수혈로 인한 감염 등 위험성을 크게 줄이면서 많은 양의 혈액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환자들은 3만 6000회가 넘는 수혈을 받았지만 소용량 튜브를 사용한 것만으로 1500 RBC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RBC 하나에 450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적혈구 수치 저하로 인한 합병증 발생과 입원 기간 연장 등의 환자 부담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이같은 방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같은 방법이 도입된다면 혈액 관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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