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산하 비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 내부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집행부 주도로 이뤄진 독단적인 결정이며 인선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9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집행부 산하 비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비대위원장으론 의협 이필수 회장이 나섰으며 최대집 전 의협회장은 투쟁위원장으로 선봉에 선다.
조직강화위원장은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 홍보위원장은 한국여자의사회 백현욱 회장이 각각 위촉됐다. 간사는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와 정재원 정책이사가 함께 맡는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의사회 선재명 대의원회 의장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 이우용 보건교육이사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부회장, 이형민 부회장 ▲대한병원장협의회 박진규 부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비대위원으로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박명준 부회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윤태영 부원장, 한재진 부원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우성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비대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의협 집행부 산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가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집행부의 책임이 큼에도, 비대위 구성으로 이를 면피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이 이끄는 미래의료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협 집행부 산하 비대위를 해산하라고 요구했다. 전체의사를 아우르는 독립적인 비대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겨냥해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졸속으로 9.4 의정합의를 맺은 데다가 편향된 정치 행보로 논란이 계속됐던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미래의료포럼은 "이필수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비대위는 사실상 현 집행부가 이름만 바꿔서 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의대 증원 사태를 파국적인 상황에 이르게 한 책임을 져야 할 현 집행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일방적으로 구성한 집행부 산하의 비대위를 해산하고 최대집 전 회장을 배제해야 한다. 또한 현 의협 집행부 역시 총사퇴하라"며 "의협 대의원회는 투쟁을 제대로 이끌고 전체의사를 아우르는 독립적인 비대위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이번 비대위 구성은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올바른 절차에 따라 투쟁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의협 정관에 근거해 대의원총회를 열고, 여기서 회원 총의를 모아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서울시의사회는 "중차대한 투쟁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명분과 함께 투쟁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의협의 독단적인 투쟁 로드맵 구상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대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은 비대위 구성은 자격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 투쟁위원장으로 임명된 최대집 전 회장은 회원과 송사를 벌이고 현 정부 때리기에 행보가 치우쳐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며 "독단적인 투쟁체 구성과 즉흥적인 발표는 전 회원을 우롱하는 처사일뿐더러 전체 협회의 나아갈 바를 가로막는 황당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협 집행부 비대위가 투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 의식을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표면적으론 총파업을 불사하는 강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하지만, 뒤에선 의대 증원 반대라는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변경하기 위한 임시대의원총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
경기도의사회는 "현 집행부는 그동안 회원을 위한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반복하더니, 의대 증원 전면 투쟁에서도 부적절한 인선과 패배 의식 가득한 로드맵으로 회원을 기만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 앞에 의협 집행부의 무기력함이 확인됐다. 더는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비대위에 모든 전권을 위임하라"며 강조했다.
집행부가 기존 소통·협상에서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환영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이끄는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미생모)은 성명서를 통해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회원 동참을 호소했다.
미생모는 "현 집행부는 그동안 '소통'과 '협상'의 기조만을 대외적으로 내세우면서 '투쟁'을 피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힌 것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개원의, 봉직의, 교수는 물론,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까지 단결해 의대 증원 저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며 "이필수 회장 역시 스스로가 말했듯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분골쇄신해 단 한 명의 증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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