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의료계 파업'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들이 연일 주요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필자는 의대 증원이라는 핵폭탄에 가려져 있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급여진료와 비급여진료를 동시에 하는 것을 '혼합진료'라 칭하며, 이를 금지하겠다는 급조된 정책을 보면서,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수의료 4대 개혁 패키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라는 내용의 '필수의료 4대 개혁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대 정원 확대, 실손보험 개선을 통한 비급여 가격 통제, 미용 시술 및 수술 자격증 도입, 개원면허 부여 등 의료계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추계 모형 없이 의료인력 확충을 발표하고, 국민들이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가입한 실손보험을 정부가 통제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며 의대 증원을 시도하며 개원면허를 관리한다는 점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현행 의료체계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민감한 의료체계에 대해 의료계와 일말의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일방적인 정책추진은 필수의료 악화는 물론 국민의 건강권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다.
'혼합진료' 금지의 문제점
20년 이상 정형외과 진료를 해 온 필자조차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용어인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 함은, 예를 들어 환자가 근육통이나 관절통으로 치료를 받을 때 급여항목인 물리치료를 받게 되면, 추가적으로 받게 되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치료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환자가 개인적으로 진료비를 부담하거나 또는 추가적인 보험료를 내고서 실손보험을 통해 보장받고자 하는 비급여 진료 부분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하겠다는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혼합진료 금지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곳은 환자가 아니라, 오히려 실손보험 회사 일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의료기관은 국민들에게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해야하는 의무를 가진 당연지정제로 운영되고 있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비급여 진료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당연지정제를 통한 수가의 통제가 어느 정도 정당화된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기금을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수가를 결정하고, 의료기관을 실사(實査)하고,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통해 의료기관은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진료의 연속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당연지정제도 이후 합법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비급여 제도를 의료 공급자인 의료계와 아무런 상의 없이 '혼합진료'라는 말도 안되는 용어로 덮어 씌워 제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의료체계 왜곡 방지 및 보상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이러한 비급여, 혼합진료를 제한한다고 하기 전에, 정말로 진정성이 있는 정부라면 수 십년간 말로만 해왔던 '수가 정상화'가 먼저가 아닐까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
의료계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나 현행 보험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시키는 혼합진료 금지는 현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 대한 문제점을 깊게 인식하고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 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에게 필수의료로 갈 수 있는 유인책과 동기부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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