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이 일주일을 훌쩍 지나면서 의과대학 교수부터 정치권까지 중재를 자처하고 있지만 여전히 출구가 불투명한 상태다.
26일 국회 및 의료계 복수 관계자는 "좀처럼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특히 2천명 증원에 대한 대통령실 의지가 강력하고, 사직한 전공의 상당수가 여전히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강대강 대치 속 곳곳서 중재 노력
지난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으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행렬이 이어졌다.
일주일간 연일 정부와 의료계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긴장감을 높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3일을 기점으로 중재자를 자처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지난 25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간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조용했던 정치권 또한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며 중재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적정한 의대증원 규모를 400~500명 선으로 이는 의료계 또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재선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앞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매년 400명(임상의사 300명, 의사과학자 100명)씩 10년간 단계적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이재명 당 대표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을 통해 타협을 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노력과는 달리 타협 가능성이 안보인다. 당장 중재자를 자처했던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김종일 회장과 정진행 비대위원회장이 26일 정부와 의료계 중재에 실패했다며 동반 사퇴했다.
■윤석열 정권 지지율 상승…2천명 증원 의지 견고히
출구전략이 불투명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2천명 의대증원'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대전협의 7대 요구안 중 상당수 수용할 수 있다며 대화에 참여해달라"며 소통의 제스처를 취했으며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오는 29일까지 복귀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앞서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만 밝힌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견고하다.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의대증원 규모 2천명은 필요한 인원으로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국회 한 관계자는 "여당은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증원 관련 계획을 바꿀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규모를 조정하면 역공을 받을 수 있어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1월 4주차 37.8%에 그쳤지만 2월 3째주 45.1%까지 치솟았다.
■의대증원 이슈 별개로 필수과 전공의 미복귀 가능성도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의 행보 또한 출구전략을 세울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라는 의료단체가 젊은의사를 하나로 모으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 반면 올해 전공의 사직은 전공의들의 개별 행동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당시 국회에서 의료계 총파업 중재역할을 했던 조원준 수석은 "20년 당시에는 대전협이라는 조직이 있어서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공의 개별 행동으로 대표성을 갖는 단체가 모호하다. 그런 점에서 타협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의 수련병원 한 보직교수는 "사직한 전공의 중 일부는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특히 필수과 전공의 중 다른 길을 택하는 게 아닌가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강경하게 나온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2000년대 혹은 2020년대 전공의와는 세대가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젊은의사 일부가 잠시 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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