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 오너 일가가 그룹 통합 및 경영권 향방이 달린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며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양측 모두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더 많은 의결권 확보를 위해 비난 수위를 높여가며 장외전을 벌이고 있는 것.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먼저 한미약품 그룹의 오너 일가인 임종윤, 임종훈 사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그룹통합에 대한 의문 제기와 함께 향후 비전을 공개했다.
현재 한미약품 그룹은 OCI그룹과의 통합안을 두고, 창업주 일가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세력과,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사장 세력으로 갈려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들간의 갈등은 점차 격해지고 있는 상황.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한미 이사회 측이 추천한 6인과 임종윤 사장 측이 추천한 5인의 이사 후보 선임 안건이 다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권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양측은 간담회는 물론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 등을 공개하며 의결권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등 통해 성장 가능vs비현실적인 주장
우선 21일 간담회에서 임종윤 사장은 이번 인수합병건이 유상증자와 개인거래로 각기 문제가 없다쳐도 결국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절차는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인수합병이 불완전 거래라고 보고 있다며, 관련 법률적인 사안은 국민연금 측이나 공정위, 금융감독원 등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향후 한미약품 그룹에 대해서 이익률이 높은 품목에 대한 집중과 부서의 재편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등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50년간 450개의 화학 의약품 개발 경험을 토대로 1조의 투자 유치를 통해 바이오 공장을 짓는다면, 200조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위대한 제약강국이라는 숙제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간담회가 끝난 이후 한미약품 측은 곧바로 이같은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미약품 그룹은 곧바로 임종윤 사장 측의 주장에 대해"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부서 매각 등에 대한 언급을 지적하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 추진에 대해서는 의약품 제조 공정에 기초도 모르는 의견이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그룹은 "임성기 선대 회장이 왜 장남 임종윤 사장을 한미그룹의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고 송영숙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세상을 떠났는지 임종윤 사장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의 장외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그룹 통합 결정이 공시 된 이후 양측은 서로 인터뷰, 입장문 등을 통해 장외전을 벌여왔다.
■주주총회 장소·의결권 자문사 등 양측 입장 ‘팽팽’
특히 최근에는 주주총회 장소와 의결권 위임, 또 의결권 자문사의 자문 결과 등까지 연이어 맞부딪히고 있다.
개최 장소의 경우 기존에 약 20여년간 한미타워에서 진행되던 주주총회가 이번에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임종윤 사장은 이를 비판했고 한미약품 역시 즉각 반박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개최 장소 선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정된 장소의 불편함 등을 지적했고, 이와 함께 의결권 대행사 등을 안내했다.
반면 한미약품 그룹 측은 상법과 정관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각적 검토를 거친 결과 충분한 인원 수용과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따라 해당 장소가 선정됐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측은 또사 의결권 자문사 결과를 두고도 여론전을 펼쳤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현재 자문 결과를 공개한 곳은 3곳이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것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다.
앞서 임종윤 사장측은 지난 19일 한국 ESG기준원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주주제안한 안건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고 1건에 대해서는 반대했으며, 한미약품측의 의안에 대해서는 6건 전원 불행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한미약품 측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후보 6인에 대한 의결 안건에 대해서는 전원 찬성을, 주주제안측 인사 5인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양측이 내세운 의결권 자문사가 각기 정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에 21일 한국ESG기준원의 자문 결과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를 무시한 공정성이 훼손된 의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측 승부 장담 못해…의결권 다수 확보가 관건
이처럼 장외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양측이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안 등으로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에서 서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의 경우 직계과족과 일가 친인척을 포함해 약 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가현문화재단이 5.06%, 임성기 재단이 3.1% 등이다.
반면 임종윤 사장 측의 지분은 두 형제와 직계 가족, 디엑스앤브이엑스를 포함해 약 25.85%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는 약 8% 가량의 지분의 차이가 있다.
다만 현재까지 어느쪽을 지지할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지분이 관건은 40%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2.15%, 국민연금공단이 7.38%, 소액주주들이 21%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결국 이들이 어느 쪽의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서 승자가 가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양측은 이사회 선임을 둔 표 대결에 앞서 의결권 확보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고, 이에 장외전 역시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재 한미약품그룹 측과 임종윤 사장 측은 각기 의결권 확보를 위한 서신 발송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28일까지 약 1주일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당 사안과 관련해 임종윤 사장 측이 제기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당 안의 경우 두 그룹의 통합 필요성 등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결과 역시 이후 이어질 의결권 확보 경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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