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란 무엇인가? 이는 의학의 현재적 상황이나 과학적 기술 발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의학의 근본적인 존재 의미와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의학이란 질병을 치료하는 과학일 뿐 아니라 인간적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이 본질에 대해 묻는 것이 즐겁지 않지만, 우리는 가끔 이러한 근원적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의학(medicine)'의 개념을 고민할 때.
의과학(medical science) 즉 과학으로서의 의학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의학을 말한다. 여기에는 학문으로서의 의학, 기술적 요소로서의 의술 뿐만아니라 이를 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샤를 뒤프렌, 르네 마그리트와 같은 예술가들의 의학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의학의 본질과 치유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인간 존재의 생과 사, 그리고 그 속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드러내며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클림트의 '의학 (1901)'은 의학의 신화적 기원과 인간 존재의 운명적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당시 보수적 사회에서 선정적이고 불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의학의 전통적 권위보다 생로병사의 순환 속에서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필연적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림 하단 중앙의 히기에이아는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딸로, 위생과 청결을 의미하며 질병 예방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클림트는 이를 통해 의학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인간 삶의 여러 단계에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히기에이아는 가운을 입고 아스클레피우스의 뱀과 레테(망각)의 잔을 들고 있어 전통적 의학의 상징을 고수하고 있다. 그녀 주변에는 태어남, 성장, 늙음, 죽음을 의미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배치되어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며, 이들 사이의 해골은 죽음의 필연성을 상기시켰다.
히기에이아는 고통과 죽음의 전경을 뒤로한 채 등을 돌린 듯한 자세로, 단순한 치료의 역할보다 삶과 죽음의 이중성과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클림트는 이를 통해 의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인간적 고통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속에 있다는 비관적 시각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의학이 갖는 한계와 함께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 나아가 의학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뒤프렌의 '의학 (1938)'은 인체와 의료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화면 속 누드 인물은 의학적 탐구와 진단의 대상인 환자로 해석된다. 그는 노출된 신체와 수동적 자세로 볼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진단을 받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인물 옆에 옷을 입은 인물은 의사로 해석되며, 그가 환자와 접촉하는 모습은 돌봄과 치유 행위를 나타낸다. 좌측 배경에는 입체파 분해 원리에 따라 병과 용기 모양, 식물모양, 해부모델 등 다양한 형태가 배열돼 있다.
이는 의학적 도구를 상징하며, 이러한 물체들은 의약품의 준비 과정과 과학적 탐구를 암시한다. 이러한 요소는 의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받아들이며 발전해 왔음을 시사한다.
뒤프렌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된 환자와 치유자로서의 의사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치료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인간적 돌봄과 연민을 통해 관계성이 재조명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그리트의 '치료자 (1962)'는 얼굴 없는 인물을 통해 치유자의 모호한 정체성을 탐구한다. 이 인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초승달과 커튼 사이 밝은 하늘은 인물의 뒷 배경인 밤하늘과 대조를 이루면서, 낮과 밤, 현실과 꿈, 그리고 깨어남과 몽환 사이의 경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치유 과정이 현실과 희망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복합적 영역임을 나타낸다. 지팡이를 든 이 인물은 의학적 권위를 상징하면서도 환자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고 내면의 갈망과 꿈을 함께 탐구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마그리트는 이를 통해 치료가 육체적 치유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마그리트의 동일 제목의 또 다른 작품에서도 새장 속 새를 통해 인간이 직면하는 한계와 억눌린 욕망을 표현했다. 새장의 모습은 인간이 처한 제약과 억압된 열망을 표현하며, 새를 통해 자유롭게 날아 오르는 희망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치료자라는 작품 시리즈는 개인 내면의 갈망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인간의 복합성을 탐구하는 상징적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치유가 단순한 육체적 회복이 아니라 심리적 회복과 인간의 내면 탐구의 의미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들은 의학이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축적하는 분야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삶의 단계를 이해하고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상기시키고 있다. 의학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발전하며, 인간에 대한 상호작용을 통해 본질을 완성해간다.
진정한 의사는 고통을 이해하며 환자의 삶에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오늘날의 빠른 의료 발전과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본질적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사회 속에서 환자와의 공감적 관계를 통해 진정한 의학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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