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간이식 환자 중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식의 형평성 및 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간이식 이후에도 재음주로 다시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해외 주요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이식 적합 환자의 선정 및 재음주 예방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으로 '밑 빠진 독' 상황을 타개하자는 것.
30일 경주 화백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대한간학회(공동주최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5'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 후 관리 대책에 대한 의견 공유가 이뤄졌다.
2009년 72건에 불과했던 알코올성 간질환 간이식은 2022년 295건으로 4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 뇌사자 간이식 환자 10명 중 4명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다. 이는 더 이상 간이식이 간염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음주'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해원 대한간이식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은 "최근 미국에서는 간이식의 주요 원인이 B형·C형 간염에서 알코올성 간질환(ALD)으로 바뀌고 있고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항바이러스 치료의 발전으로 B형 간염 환자는 줄고,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증가해 간이식도 급속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과의사 입장에서 ALD 간이식은 단순한 수술 문제가 아닌 임상적 판단은 물론이고 윤리적·사회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영역"이라며 "현재 ALD는 전체 성인 간이식 대기자 중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고 40세 이하 젊은 환자에서 급성 알코올성 간염으로 인한 긴급 이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이식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쟁점은 '금주 6개월 규칙'이다. 해외 주요 국가에선 최소 6개월의 금주가 간이식 적합 대상자의 선별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금주 의지를 확인하고, 자연적으로 간이 회복될 가능성을 보기 위한 목적.
이 위원장은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기준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2011년 마튜랭 교수팀의 다국적 연구로 해당 연구에선 술을 끊은 지 6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급성 알코올성 간염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해도 예후가 매우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여러 연구에서도, 조건을 잘 갖춘 환자라면 이식 후 1년 생존율이 80%를 넘고, 음주 재발도 낮다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핵심은 얼마나 금주했나가 아니라 환자가 술을 끊고 회복할 가능성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환기했다.
최근엔 간이식 적합자를 선별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 이력,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 여부, 본인의 회복 의지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간이식 적합자를 찾기 위한 SALT 점수 같은 도구도 제안되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예측 방법은 없어 전문가들의 종합적 판단과 협업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이식 적합자를 찾고 관리할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에 대해 엄격하고 표준화된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식 전에는 최소 6개월 이상 금주와 중독 치료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사회적 지지체계와 정신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한다.
이식 후에는 의료진, 사회복지사, 중독 전문가가 함께 협력하는 다학제적 시스템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지속적 상담과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이해원 위원장은 "이러한 체계는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고 재이식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증가하는 알코올성 간질환 간이식 수요에 비해 관리 시스템이 매우 부족해 이식 전 금주 확인 및 중독 치료 참여 규정이 병원마다 다르고,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관리 프로토콜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술 시점과 긴급도만 따지는 게 아니라, 이식 후 이 환자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중독 전문의, 사회복지사, 이식 코디네이터 등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식 코디네이터들은 이 과정에서 이식 후 약 복용, 금주 유지, 정신건강 지원 등을 도와주며 환자가 다시 음주로 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한다"며 "실제로 장기적으로 좋은 예후를 보이는 환자일수록, 이런 지속적 지원 시스템에 잘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한간이식학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전문가 단체인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및 국가기관인 중독관리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간이식 표준 관리 프로토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은 "표준 관리 프로토콜이 개발된다면 특정 병원이 아닌 전체 기관에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일부 병원만 해당 시스템을 적용하면 간이식 환자가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전문가들 역시 ALD 이식 환자의 표준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지원사격했다.
손선영 대한장기이식코디네이터협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기준으로 뇌사자 간이식의 40%가 ALD 환자였지만, 이에 대한 국가 단위의 표준 관리체계는 전무하다"며 "해외에서는 간이식 코디네이터가 음주 재발 모니터링과 다학제 협력 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제도적 근거 마련 및 지원을 촉구했다.
서은선 화성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은 "알코올 사용장애는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은 뇌 질환이며, 간이식 환자의 치료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중독의 심리·행동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춘 지속적 치료와 재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치심, 인지왜곡, 정서적 불안정성 등은 환자의 회복을 방해하는 핵심 요소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병원 치료에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금단 해소 치료, 인지행동치료(CBT), 동기강화상담(MET) 등 다양한 개입 전략을 소개, 병원-지역사회 통합 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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