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및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2592, 2212591)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이 '동일한 약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제형, 첨가제의 종류와 성분, 체내 흡수 속도, 환자 개개인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다르며, 치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의사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고, 이를 처방에 참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제인 '글리벡정'이 복제약으로 변경 처방되며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 2018년 중국산 원료로 생산된 혈압약에서 발암물질 NMDA가 검출된 사례, 2023년 한국로슈의 파킨슨증후군 치료제'마도파정'이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복제약으로 변경된 환자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타당성을 제기한 사례 등이 있다.
또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다. 시험 자료 조작이 내부고발로 알려져 문제가 되었던 '생동성시험 파동'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성분명 처방 강제는 동일 성분이지만 전혀 다른 약을 투여하게 하는 위험한 제도이다.
이번 개정안에 명시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수준의 처벌은 과도하고 부당하다.
성분명 처방을 지키지 않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징벌적이며 겁박에 가까운 내용은 우리 의료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문적 의료 행위를 무면허 운전, 명예훼손, 불법 무기 소지 등의 범죄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제도가 도입될 당시 의·약·정의 제도적 합의는 ▲의사는 정확하고 책임 있는 처방 ▲약사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조제라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우리 의료계는 대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잘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처방의 실질적 권한을 약사에게 넘기는 것으로, 의약분업의 핵심적 합의를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만약 이 법안을 강행한다면 20여 년간 유지돼 온 의약분업 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게 되며, 의약분업 제도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선택분업'을 제안하는 바이다.
환자에게 병원 내 처방약 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약을 받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약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병원 내에서 의사의 정확한 설명을 듣고, 편리하고 신뢰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처방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조제료로 나가는 막대한 건보재정을 절감함으로써, 난치병과 중증질환, 필수의료에 꼭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는 행정 제도, 수가 등의 문제이지, 의사의 처방이 원인은 아니다.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먼저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필수 의약품의 수급 관리, 유통 경로의 투명화, 제약사의 생산 조정 기능 강화, 부족 의약품 생산 인센티브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서울시의사회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성분명처방 TF'를 신속히 구성하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대상 항의와 협조 방문 및 의견서 전달, 궐기대회 개최, 1인시위, SNS 챌린지, 대국민 공모전 등 여러 방안을 총동원해 국민에게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을 알리고,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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