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개선안이 임상현장에 적용된 지 6개월.
개선안 시행 초기 각 병용요법 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 임상현장에서의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반년이 흐른 현재 큰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개선안이 지난해 말 복지부가 전격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신호탄이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늘어나는 병용요법 홍수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도 시행 속전속결, 환자 부담 완화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상반기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적용 개선안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개정안'을 확정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서 개정안의 핵심은 최근 임상현장 항암치료에서 주요 옵션으로 떠 오른 병용요법의 급여 적용 방식을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고시 개정을 통해 '요양급여로 인정되고 있는 항암요법과 타 항암제를 병용하는 경우, 기존 항암요법에는 기존의 본인부담을 적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급여로 적용되고 있는 약제에 항암신약을 추가한 병용요법의 기존 치료제는 급여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행 과정을 보면 순탄치 않았다. 복지부가 고시 시행 후 병용요법 부분급여 적용을 둘러싼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서 임상현장과 제약업계의 혼란이 가중됐었다.
제약사조차 자신들의 병용요법이 대상이 되는지 조차 몰랐던 것이다. 당연히 임상현장에서도 삭감의 두려움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고시 시행이 된 뒤에서야 뒤늦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대상 병용요법을 선정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 주요 암종 별로 점진적으로 부분급여 대상이 확대되면서 일정 부분 임상현장에 자리 잡은 양상이다.
매월 혹은 격월로 개최되는 암질심에서 급여기준을 설정, 매달 말 개정안을 예고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복지부가 정한 지침은 백본(Backbon) 약제를 부분급여 중 급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백본 약제는 치료의 중심이 되는 '근간' 혹은 '기본 골격'이 되는 약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다.
병용요법 부분 급여 과정에서 백본 약제를 급여로 적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해당 요법에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가 급여로 적용된 것이다.
부분급여 적용이 된 사례를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제가 대상이 됐지만,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은 고가의 약제가 급여가 적용된 셈이다. 이로 인해 임상현장에서 경쟁하는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J&J) 병용요법과 비교했을 때 가격적인 차이가 극명이 갈리면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경쟁 주도권을 잡은 형국이 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암질심 논의 과정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중 어떤 것을 급여로 적용해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두 요법 모두 표준 요법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질심에서는 타그리소가 표준요법으로 인정되고 있는데다 임상시험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백본 약제로 타그리소가 들어갔기 때문에 해당 병용요법 중에서는 항암화학요법(페메트렉시드)가 아니라 타그리소를 급여 해주는 것으로 결정했었다"며 "다른 병용요법과의 형평성에 대한 의견이 있지만 향후 의학계와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급증하는 병용요법, 타 질환 형평성 대두
임상현장에서는 항암제 병용요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해당 지침을 유지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와 심평원의 방침은 기존 급여약제의 새로운 치료제를 추가했을 경우에 한 해 부분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신약과 신약 간의 병용요법은 해당이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최근 신약과 신약을 합친 항암 병용요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해당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계열 신약의 국내 허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데다 면역항암제를 추가한 병용요법도 주요 암종에서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ADC 계열 치료제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도 마찬가지.
이에 따라 임상현장에서는 환자 본인부담율을 달리 책정하더라도 환자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타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도 화두가 되고 있다. 항암 병용요법에서만 부분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이다.
일례로 심부전 및 당뇨, 희귀 유전질환, 중증 아토피 및 건선의 경우 병용요법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항암제처럼 병용요법 부분 급여 요구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인 김혜련 교수(종양내과)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제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환자들이 진료 후 '교수님, 진료비보다 차비가 더 비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KTX 비용이 더 든다는 의미인데, 사실 맞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김혜련 교수는 "일반 항암제 중 급여가 적용되는 약을 사용하면 진료비를 모두 합쳐도 KTX 비용보다 낮은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보다 이동 비용이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며 "평상시 약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는 환자가 조금 더 부담하도록 하고, 대신 고가의 약이 필요할 때는 지원을 더 확대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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