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현장에서 의대 교육의 시스템 여건 상 증원 정책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증언이 나왔다. 24학번과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벌어져 교육의 질이 떨어진 마당에 증원 정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학회는 27일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의대 교육 현장의 실태를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학교육 현장의 실태를 진단하고, 교육여건·교육과정·임상실습 등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 의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발표는 채희복 충북대 의대 교수가 '의학교육 현장의 상황과 문제'를, 김도환 고려대 의대 교수가 '의대증원과 의과대학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학교육 여건과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에 대한 우려가 현장과 전문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채 교수 역시 더블링 현상으로 인해 의학 교육의 질이 처참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 교수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향후 의료인력 역량과 환자안전, 나아가 의료체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 군 입대자를 제외한 150명의 학생이 한 강의실에 몰려 있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강의에 애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충북의대에서 더블링 사태가 발생한 배경은 정부의 급격한 증원 결정과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맞물린 결과다. 당초 충북대는 기존 49명 정원을 300명으로 신청했으나 최종적으로 124명의 정원을 확정했다.
2024학번 학생들이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자, 학교 측은 유급을 막기 위해 2025년 7월 초 이들을 복학시켜 25학번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듣도록 조치했다.
채희복 교수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실습대 한 대당 10명이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 정상적인 학습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학생 설문 결과에 나타난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참담하다"고 밝혔다.
현재 의예과 학생들은 의대 강의실 대신 공대 강의실을 빌려 수업을 듣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의대 내 강의실 확장 공사는 2026년 2월에야 완공될 예정이고, 기존 10개의 실습대를 17개로 늘릴 계획이지만 예산 배정이 미뤄지고 있어 당분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희복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을 의사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양적 팽창에 기반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은 오판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
그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위험도에 비해 낮은 보상이라는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며, 1998년 폐지된 대진료권 개념을 부활시켜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한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를 자본주의 의료 체제로 전환해 필수의료 인력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실패한 정책이라면 용산의 지시대로 영혼업이 이를 실행한 복지부 실무자들도 책임이 있다"며 사태를 초래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정치적 목적이 아닌 정교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료 인력 추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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