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 재사용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논할 때, 많은 이들이 그것이 과연 현실 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곤 한다. 하지만 캐나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재사용 시스템이 단순히 이론적인 이상향이 아니라, 병원 현장에서 실제 수익과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며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지역 보건 당국은 일찍부터 다회용 가운을 표준으로 채택해 왔으며, 현재 주요 병원들의 재사용 가운 도입률은 80%에서 최대 100%에 육박한다. 온타리오주의 맥켄지 헬스(Mackenzie Health) 역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팬데믹 초기,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중환자실(ICU)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격리 가운을 재사용 제품으로 전면 교체했다. 그 결과, 감염 관리 수준은 일회용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연간 백만 벌 이상의 일회용 가운 폐기물을 줄이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다회용 시스템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토론토의 대형 의료 네트워크인 UHN(University Health Network)은 팬데믹 기간 중 가중된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탁 설비 운영 규모를 평소보다 세 배나 늘렸다. 이를 통해 하루 최대 12만 벌에 달하는 가운을 안정적으로 세탁하고 공급하며 의료진 보호에 앞장섰다. 당시 UHN의 경영진은 "재사용 가운의 총 소유 비용이 일회용을 구매하고 폐기하는 비용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실질적인 데이터를 공개하며 다회용 시스템의 경제적 우위를 증명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다회용 시스템이 단순히 '친환경적인 실험'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것은 공급망 붕괴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속에서 의료 시스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팬데믹 당시 일회용 방역 물품의 공급이 끊겨 의료진이 위태로웠던 상황을 반추해본다면, 자체적인 순환 시스템을 갖춘 병원들이 구축한 방어막이 얼마나 견고했는지 알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흐름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친환경 의료용품 사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의료 네트워크인 카이저 퍼머넌트 또한 '그린 헬스케어' 전략을 통해 재사용 의료기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제 재사용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의 단계를 넘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선택"이라는 확신의 단계로 진입했다. 한국의 병원들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환경 보호를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병원의 운영 리스크를 낮추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핵심 역량으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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