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1491원까지 치솟으며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수익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달리 고환율을 단순히 수출 호재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경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
기업별로 해외 수출과 내수 비중이 다르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재료 수입 원가 비중이 상이해 고환율에 따른 실질적인 득실은 업체마다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18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고환율 장기화에 따라 대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등 업체별 희비가 극명해지고 있다.
고환율의 압박을 가장 강하게 받는 곳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다. 100% 수입 의료기기를 국내에 공급하는 A사는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환율로 인해 현금 흐름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올해 내부적으로 기준 환율 1500원으로 공지했다"며 "의·정 갈등 쇼크를 겪고 올해 매출이 어느 정도 반등했지만 환율이 높아지면서 매출과 실제 순이익은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출 반등 폭을 상회할 정도로 환율 상승분이 더 커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회사 거래처가 미국 업체들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고 밝혔다.
A사의 경우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함에도 불구하고 환율 문제로 인해 사내에 유보금 부족에 직면, 최근 대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환율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원가 구조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1달러당 1200원이던 환율이 1500원으로 상승할 경우 해외에서 원재료를 100달러에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매입 원가는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25% 급등하게 된다.
이 기업이 국내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며 가격이 건강보험 수가 등으로 고정돼 있다면 늘어난 3만원의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해 매출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원가 상승분이 이익을 잠식, 순이익은 급감할 수 있다.
제품을 수출해 100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의 경우 원화 환산 매출이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어나며 환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이 또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다면 실제 이익 개선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수입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은 경직된 급여 수가 체계에 있다. 국내 의료기기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는 보험 수가에 묶여 있어 환율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A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급여 수가를 결정할 때 수입 기업에 대해서는 환율 연동을 해주지 않는 부분이 애로점"이라며 "수가 산정 시 해당 검사가 어느 단계에서 필요한지 등 임상적 의미나 안전성 위주로만 판단할 뿐 수입 원가 자료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분은 기업이 전액 부담해야 하고 판매가는 고정된 상황에서 환율이 1500원 선에 머무는 것은 수입 업체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고수출 기업들도 환율 상승의 실익 따지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전체 매출의 99%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고환율 환경에서 매출 확대 효과를 누리고 있으나 고환율 환경 장기화가 원재료비 상승 압박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척추 임플란트 판매를 통해 글로벌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어 환율이 높아지면 매출 자체는 상승한다"며 "하지만 제품에 들어가는 티타늄을 미국에서 수입해 쓰기 때문에 재료 원가도 함께 높아져 100%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매출은 달러로 벌어들이지만 원재료 구입 역시 달러로 이뤄지는 탓에 실제 이익 개선 여부는 결국 원가 구조 관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원텍 역시 대외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수출 비중을 약 70% 수준까지 확대한 원텍은 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고환율과 고유가가 겹친 현 상황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원텍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고환율이 단기적인 매출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는 고유가 기조 등 대외 변수가 많아 원재료비 상승 압박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단순히 환율 상승을 마냥 호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업 구조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제 대금의 통화를 다변화하거나 원가 절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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