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병동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환자의 몸에 하루가 멀다하고 더 많은 센서가 붙고 있다. 의료진 앞에는 더 많은 모니터가 생겼다.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더 빠르게 이상을 감지한다. 분명한 기술의 진보다. 하지만 그 진보를 우려섞인 눈으로 보고 있는 의료진들도 존재한다. 어느 부분에서 꼬인 것일까.
이 변화의 중심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통합하면 바로 '모니터링'이다. 웨어러블, 조기 경보 등등 이름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어느때보다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같은 병상을 두고, 같은 데이터를 두고, 비슷한 기능의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기술 경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속도 경쟁이다. 누가 먼저 더 많은 병원,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 벌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들이 등장한 시점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치 끓는점을 넘었다. 이유는 하나다. 급여와 비급여, 바로 재정이다.
병원 입장에서 이 장비들은 더 이상 단순한 의료기기가 아니다. 설치하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게다가 초기 비용 부담이 낮은 구독형 모델까지 결합되면서 도입의 문턱은 더 낮아졌다.
이쯤 되면 병원의 선택도 단순해진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일단 접어둔다. 붙일 수 있는 곳에는 일단 붙여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앞선다.
실제 임상적 필요가 발생하기 전에 시스템을 먼저 깔아두는 방식이다. 필요할 때 쓰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충분하다. 다만 그 필요의 범위는 점점 넓어질 수밖에 없다.
당초 이러한 모니터링 기술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상태 변화 가능성이 큰 입원 환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중환자 등이다. 즉 선별적 적용이 전제라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확산 방식은 다르다. 특정 환자가 아니라 병동 단위, 병상 단위로 시스템이 확대된다. 그리고 병원들은 이를 '스마트 병동', '안전 병동'이라는 수식어로 포장한다.
의료기기가 필요한 부분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설치 가능한 공간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의료의 기준은 미묘하게 이동한다. 환자의 필요가 아니라 시스템의 가능성이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진행된다.
물론 이 기술들은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특정 병상, 병동의 모든 환자에게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없다.
무증상 환자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진단은 늘어나지만 그로 인한 실제 임상적 이득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과잉 진단과 불필요한 추가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은 계속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많이 쓰일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행위별 수가 체계에서 모니터링의 양은 곧 매출이 된다.
기업은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하려 하고 병원은 더 많은 장비를 붙일 명분을 갖는다. '혹시 모를 위험'이라는 명제와 '단 한명의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라는 방어적 판단이 더해지면 장비를 붙여대는 선택은 정당화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치료 도구이면서 동시에 인프라가 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장비가 아니라, 병동을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기업은 팔고 병원은 붙인다. 언뜻 매우 비판적 시각으로 보이지만 이는 기업의 잘못도, 병원의 잘못도 아니다. 무엇을 하게 만들고, 하지 않게 만드는지에 대한 원천적인 신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를 움직이는 신호기는 한 곳에서 출발한다. 수가다. 수가가 없으면 기술은 사라지고 수가가 붙으면 기술은 빠르게 퍼진다. 지금 문제는 그 속도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사용인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은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채 이미 환자 몸에는 덕지덕지 센서가 늘어나고 있다.
어떤 기술은 사라지고, 어떤 기술은 넘쳐난다. 문제는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기술의 우수성과 필요성이 아니라 그 기술에 붙어 있는 조건이라는 점이다. 그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과 병원은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른바 K-의료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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